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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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여름나기
황성철 교수·총신대학교 대학원장
초대교회 교부 중 한 사람이었던 폴리갑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날 지나가던 한 행인이 지고새 한 마리와 놀 고 있는 폴리갑을 보고 “성자라는 분이 어떻게 새와 놀며 시간을 보내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폴리갑은 빙그레 웃으며 “활 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놓아야지 언제나 줄을 매어두면 못쓰게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마치 활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놓아두듯이 삶의 줄을 풀어놓아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쉼’을 갖는 것이 다. 지금 우리 앞에는 그 쉼의 계절, 여름이 왔다. 여름은 쉼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계절이다. 다른 계절에서 맛볼 수 없 는 삶의 자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름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모두들 여름을 기다리고 여름나기 준비에 열중하는 것이다. 쉼을 갖 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쉼을 ‘열심’의 반대말로 여긴다.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쉼으로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당 신 떠나라’는 어느 기업의 광고 문안에서 보는 대로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이 쉬는 휴식정도로 쉼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산 계곡을 찾고 여행을 떠나서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이것은 쉼을 통하여 다음 일을 준비하고 힘을 비축하기 위한 재충전 의 시간으로 하려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쉼은 적어도 그 이상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쉼에 휴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쁘고 고달픈 삶에서 쌓인 피곤을 풀고 자유함을 가지려는 것은 그리스도인 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쉼은 그런 쉼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마음과 영혼의 쉼까지를 생각한다. 성경은 이렇 게 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 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11:28-29). 성경이 말하는 쉼은 세상이 말하는 쉼과 다르다. 성경 은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이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이 여름나기를 준비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 선적 관심이다.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은 ‘평안’에 있지 ‘편안’에 있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단순한 휴식을 통하여 ‘편안’을 얻으려 고 한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평안’을 바란다. 이 ‘평안’은 예수님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평안’은 세상 이 주는 것과 다르다. 성경은 말한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 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요14:27).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이 ‘평안’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만져준다. 삶의 상처 에 성령의 기름을 발라 치료하고 삶에 새로운 활력과 자신감을 준다. 그래서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은 우리들로 꿈을 갖게 하고 미 래를 설계토록 한다.
금년 여름도 각 교회들이 여름나기에 분주하다.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 또는 선교 및 전도여행 등의 각가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 고 성도들의 여름나기를 돕는다. 이 모두는 세상적인 휴식을 주려는 게 아니고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을 주려는 의미 있고 몹시 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올해 교회들의 여름나기에는 교인들의 가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기저 기 곳곳에서 가정들이 아파서 지르는 비명소리를 교회가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에 친밀 의 도가 오늘과 같이 느슨해진 때는 일찍이 없었다. 가족 간의 균열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가정들이 예수 님이 주시는 그 ‘평안’을 목말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여름나기를 통하여 여기에 보다 많은 목회적 관심과 배려를 쏟아 야 할 것이다. 가정의 평안이 곧 교회의 평안이다.
또한 교회는 교인들이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밖으로 나가서 여름나기를 하려고 할 때 신앙적으로 바르고 질서 있게 마음과 영 혼의 휴식을 갖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도 일상에서 벗어나면 자칫 그 삶이 흐트러질 수 있다. 현실 도피의 수단으 로 쉼이 이해되고 있는 오늘의 대중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도 여기에 쉽게 동화될 소지는 다분하다. 그래서 어디서 언제 어떻게 쉼 을 갖는다 해도 그리스도인은 말과 행실에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건강한 쉼의 문화 가 어떤 것인지를 그들 스스로가 깨닫도록 교회는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성경적인 쉼의 문화를 개발하는데도 게으르지 말아 야 한다. 주5일 근무제는 교회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성경적인 쉼의 문화를 개발토록 압박하고 도전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몸을 담고 살지만 이 세상과 구별된 삶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여름나기, 쉼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이 와 같은 정체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럴 때 인격이 있는 쉼을 즐길 수 있다. 또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쉼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 인들에게는 즐김과 경건이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삶 속에서 공존해야 하고 그리스도인의 여름나기에도 역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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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철 교수·총신대학교 대학원장
초대교회 교부 중 한 사람이었던 폴리갑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날 지나가던 한 행인이 지고새 한 마리와 놀 고 있는 폴리갑을 보고 “성자라는 분이 어떻게 새와 놀며 시간을 보내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폴리갑은 빙그레 웃으며 “활 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놓아야지 언제나 줄을 매어두면 못쓰게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마치 활을 쓰지 않을 때는 줄을 놓아두듯이 삶의 줄을 풀어놓아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쉼’을 갖는 것이 다. 지금 우리 앞에는 그 쉼의 계절, 여름이 왔다. 여름은 쉼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계절이다. 다른 계절에서 맛볼 수 없 는 삶의 자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름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모두들 여름을 기다리고 여름나기 준비에 열중하는 것이다. 쉼을 갖 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쉼을 ‘열심’의 반대말로 여긴다.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쉼으로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당 신 떠나라’는 어느 기업의 광고 문안에서 보는 대로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이 쉬는 휴식정도로 쉼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산 계곡을 찾고 여행을 떠나서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이것은 쉼을 통하여 다음 일을 준비하고 힘을 비축하기 위한 재충전 의 시간으로 하려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쉼은 적어도 그 이상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쉼에 휴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쁘고 고달픈 삶에서 쌓인 피곤을 풀고 자유함을 가지려는 것은 그리스도인 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쉼은 그런 쉼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마음과 영혼의 쉼까지를 생각한다. 성경은 이렇 게 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 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11:28-29). 성경이 말하는 쉼은 세상이 말하는 쉼과 다르다. 성경 은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이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이 여름나기를 준비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 선적 관심이다.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은 ‘평안’에 있지 ‘편안’에 있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단순한 휴식을 통하여 ‘편안’을 얻으려 고 한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평안’을 바란다. 이 ‘평안’은 예수님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평안’은 세상 이 주는 것과 다르다. 성경은 말한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 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요14:27).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이 ‘평안’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만져준다. 삶의 상처 에 성령의 기름을 발라 치료하고 삶에 새로운 활력과 자신감을 준다. 그래서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은 우리들로 꿈을 갖게 하고 미 래를 설계토록 한다.
금년 여름도 각 교회들이 여름나기에 분주하다.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 또는 선교 및 전도여행 등의 각가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 고 성도들의 여름나기를 돕는다. 이 모두는 세상적인 휴식을 주려는 게 아니고 마음의 쉼, 영혼의 휴식을 주려는 의미 있고 몹시 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올해 교회들의 여름나기에는 교인들의 가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기저 기 곳곳에서 가정들이 아파서 지르는 비명소리를 교회가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에 친밀 의 도가 오늘과 같이 느슨해진 때는 일찍이 없었다. 가족 간의 균열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가정들이 예수 님이 주시는 그 ‘평안’을 목말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여름나기를 통하여 여기에 보다 많은 목회적 관심과 배려를 쏟아 야 할 것이다. 가정의 평안이 곧 교회의 평안이다.
또한 교회는 교인들이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밖으로 나가서 여름나기를 하려고 할 때 신앙적으로 바르고 질서 있게 마음과 영 혼의 휴식을 갖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도 일상에서 벗어나면 자칫 그 삶이 흐트러질 수 있다. 현실 도피의 수단으 로 쉼이 이해되고 있는 오늘의 대중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도 여기에 쉽게 동화될 소지는 다분하다. 그래서 어디서 언제 어떻게 쉼 을 갖는다 해도 그리스도인은 말과 행실에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건강한 쉼의 문화 가 어떤 것인지를 그들 스스로가 깨닫도록 교회는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성경적인 쉼의 문화를 개발하는데도 게으르지 말아 야 한다. 주5일 근무제는 교회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성경적인 쉼의 문화를 개발토록 압박하고 도전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몸을 담고 살지만 이 세상과 구별된 삶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여름나기, 쉼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이 와 같은 정체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럴 때 인격이 있는 쉼을 즐길 수 있다. 또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쉼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 인들에게는 즐김과 경건이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삶 속에서 공존해야 하고 그리스도인의 여름나기에도 역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