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으로 기억된다. 한 시골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일하던 자매가 목을 매 자살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로서 폐인이었고 어머니는 가출하여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 3명을 책임지는 가장노릇을 도맡았던 자매였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출석교회 장로님의 배려로 근처 직장에서 사환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의 자살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가 자살한 후 시신을 거두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다녔던 교회에서는 자살한 사람의 장례를 집행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동네 어른들은 교회에서 ‘알아서’ 해 줄 것이라 믿고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흘이 흘렀다. 자매와 같이 교회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또래의 형제들이 다른 지역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읍소를 하고 나서야 자매의 시신은 겨우 들것에 실려 동네 뒷산에 묻혔다. 형제들은 시신을 수습한 뒤 얼기설기 엮은 나무 십자가로 그의 안장을 표시했다.
한 해 자살 1만 2174명
2008년 9월 1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7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자살자가 1만 2174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서 하루 평균 33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살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자살사망률인 11.2명보다 무려 2배나 높은 수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상위국인 헝가리 21.0명, 일본 19.1명, 핀란드 18.0명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인 것이다. 더군다나 자살률 하위국가인 그리스 2.9명, 멕시코 4.4명, 이탈리아 5.5명, 영국 6.0명에 비하면 우리나라 자살에 대한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7년 14.1명이던 자살률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9.1명, 그리고 2005년의 경우 26.1명에 달해 경제적인 요소는 물론 사회적 변화, 정체성 혼란 등으로 불안감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다른 특징은 경제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듯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년층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어 조기은퇴와 장기실업으로 인해 가장들이 심각한 정신적 공황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장년 남자들의 정체성 위기는 가정 공동체를 해체하여 결국 이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범 정부 혹은 범 종교단체의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인식전환 필요
최근 기독교계에서는 자살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금기시 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질병이나 불가피한 사고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살은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은 편차가 발생하지만 대체로 치료할 수 있는 정신과 질환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자아상실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동기나 목적을 정당화 시키려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또한 소수이긴 하지만 최진실 안재환 등 유명인사의 자살을 모방한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일시적인 자살도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대학원대학)는 자살은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면서 예방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사회통합의 기준으로 자살을 설명한 뒤르켐의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의 틀 뿐 만이 아니라 사회적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살을 개인적 문제로 보고 치유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만 자살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충렬 목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는 최근 열린 실천신학회 세미나에서 자살은 의도적인 측면이 있지만 불미스런 사고사로 봐야 한다며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살자가 병리적 상태였던 것은 유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교회공동체 모두의 책임으로 생각하여 자살의 파급효과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기독교계가 “자살하면 지옥간다”로 끝내려했던 인식이 문제라며, 영혼을 돌보려는 목회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역설했다.
한편 자살을 지나치게 신앙적인 잣대로 정죄하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설교나 성경공부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인간생명의 고귀함과 귀중함을 일깨우는 교육도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다가선다.
“자살 1위국 오명 벗자” 보건복지부, 2013년까지 5632억 투자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내 자살사망률을 2013년까지 20% 감소시켜 10만명당 2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자살예방종합대책을 12월 23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된 이번 종합대책은 노인층 자살예방을 위해 노인학대전문상담원에 대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독거노인에게 생활관리사를 파견하는 등 저소득층과 노인, 정신질환자 등에게 관심을 갖고 상담 및 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시절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사가 직접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위기 가정과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여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도 단위에 자살위기대응팀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자살위기대응팀은 경찰서와 소방서 등 긴급출동팀과 연계하여 자살과 관련된 사항을 신속하게 대응하고 응급의료센터와 지역정신보건센터 등을 통해 자살 미수자, 사망자 유가족 등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로 2013년까지 모두 5632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보건복지부와 13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가 초기부터 참여하여 기대가 되고 있다. 자살과 관련한 예방대책이 민간과 범 정부 합동차원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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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살은 곧 살인” 흉악 범죄로 취급, 시체에 형벌도
자살자는 플라톤이 살던 아테네에서도 다른 무덤과 격리하여 아테네 시 밖에 묻었다. 자기 살해를 저지른 두 손을 잘라 따로따로 묻었으며,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시체를 거꾸로 매달아 불태워 공공 쓰레기장에 던지기도 했다.
자살은 452년 아를(Aries)회의에서 범죄로 선언, 악마의 광포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규정했으며, 563년 프라하회의에서는 미사를 통해 추도의 영예를 받지 못하며, 시체를 묻을 때도 성가를 불러서는 안된다고 결정하여 종교적인 형벌에 실질적인 형벌이 추가되었다.
루이 14세에 의한 법령은 관습적으로 행하던 자살자의 시체를 광장의 쓰레기더미에 올려놓거나 매달아 놓았으며 자살자의 재산은 몰수 되었다. 귀족의 작위 또한 상민으로 떨어졌다.
1601년 풀벡케가 쓴 엘리자베스 왕조시대에는 자살자의 시체는 형장으로 끌려가고 교수대에 달아놓는데 치안판사의 허가 없이는 아무도 끌어내지 못하도록 했다. 후에 블랙스톤은 몸뚱아리에 말뚝을 박아 공개처형을 한 뒤, 시체를 대개 십자로에 묻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영국에서 자살자는 가장 흉악한 범죄행위로 취급되었다.
프랑스에서 자살자의 재산 몰수와 사후의 명예훼손은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사라졌지만 영국에서는 1870년까지 재산몰수에 대한 법률이 바뀌지 않았으며, 1961년까지도 자살 미수자는 감옥에 보냈다. 영국에서는 자살하지 말아야 했다. 실패하면 범죄자, 성공하면 미치광이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럽에서 오랫동안 잔존해왔던 자살은 살인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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