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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때 알려면 지진·해일보다 먼저 선교를 봐야”
‘교수이자 목사’인 한울교회 김근수 목사 인터뷰 [2011-04-20 08:31]
- ▲김근수 목사.
최근 미국의 한 대형교회 목회자가 “지옥은 없다”고 한 발언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특이했던 건 이 논란에
상당수의 평신도들이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천국과 지옥은 그들의 신앙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 성도는 “늘 믿어왔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어렵지 않으면서 평신도들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주제들이 좀 더 많이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학과 신앙, 신학과 목회의 괴리는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 가운데 하나다. 신학은 성도들의 삶과 멀어져 지나치게 사변적이거나
학자들만의 전유물에 그쳤고, 교회는 성장이라는 유혹에 종종 신학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가슴 없는 머리는 차갑고, 머리 없는 가슴은 믿음을
주지 못한다. 신학과 목회가 반드시 가까워져야 할 이유다.
이런 점에서 한울교회 김근수 목사는 좋은 모델 중 하나다. 그는 벌써
30년 가까이 칼빈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신약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또한 18년 전 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목회를 이어오고 있는 목사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것을 그는 둘 모두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물론 몸은 고되다. 수업이 없는 주일엔 설교자로 강단에 서고, 목회자들이 쉬는
월요일엔 교수로 강단에 선다. 그럼에도 그가 둘을 함께 하는 이유는, 가슴 없는 머리, 머리 없는 가슴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보수신학은 전통 고집, 진보신학은 너무 급진적”
먼저 신학자로서 그가 느끼는 한국신학의 한계는
무엇일까. 직설적으로 말해 보수신학은 여전히 몇 세기 이전의 것으로, 지금 시대에 잘 맞지 않는다. 진보신학은, 반면에 너무 급진적이다. 뿐만
아니라 둘 모두 한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의 색깔이 짙게 배어 있다.
김 목사는 “보수신학은 너무 전통적 해석에만 치우쳐 현 시대와의
현실적 접촉점을 찾기 힘들다. 또 진보신학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라며 “그러니 신학에 이론만 있고 삶의 이야기가 없다. 자연히 성도들은 신학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신학이 이렇게 된 데는 고도의 학문적 성과물을 원하는 신학적 분위기 또한 작용했다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신학회나 신학 관련 기관이 발행하는 학술지는, 국가기관인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등재지로 등록됐을 때 비로소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학진 등재지가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논문이 실려야 하고 이는 평신도들의 이해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신학교 교수들도 이런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면 승진과 재임용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
김 목사는 또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이라는 두
영역을 구분 짓는 것도 신학이 삶에서 멀어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학의 이런 경향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 바로 교회에서 소위 믿음 좋다는
사람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인이 변하면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왜 신앙이 좋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로부터
멀어지는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학의 잘못된 흐름이자 동시에 신학이 삶과 괴리된 증거”라고 말했다.
인과응보는
바른 기독교적 신학 아니다
신학만 잘못한 걸까. 교회 역시 많은 부분에서 신학과 삶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목회자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교회가 정통 신학에서 빗겨간 대표적인 경우로 종말과 불신자들이 당하는 고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우선 종말에 대한 것을 보자. 흔히 사람들은 지진과 해일, 화산 폭발과 태풍 등 자연현상을 종말과 연결
짓는다. 최근 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자연 재해가 빈발해지면서 이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자연재해가 분명 종말의 징조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
자체로 종말의 시기를 단정할 순 없다”며 “성경은 복음이 땅 끝까지 전해지면 그 때 종말이 온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걸 보지 못한다.
자연재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선교다. 그래서 교회는 지진과 해일 같은 종말의 징조를 경고하기 이전에 선교를 먼저 말해야 한다. 신학에서
종말이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종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교회가 전통적 사고에만
젖어있을 뿐”이라고 했다.
불신자들의 고난에 관한 교회의 해석도 대부분 올바른 신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다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특히 이는 타종교를 믿는 나라가 자연재해를 당했을 때 일부 목회자들이 이를 우상숭배에 따른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런 인과응보론은 기독교의 신학이 아니다”며 “성경 누가복음에 보면 빌라도에 의해 고난을
받은 갈릴리 사람들과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이에 치어 죽은 예루살렘 사람들이 나온다. 예수님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든 회개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이 망한다는 게 이 이야기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신자들이 겪는 고난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삶을 돌이켜보며 회개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그들이 당하는 고난을 그저 하나님의
심판이라거나 우상숭배에 따른 결과라고 하는 건 올바른 신학이 아니며 기독교적 시각도 아니다”고 역설했다.
두 가지 일을 하는
이유?… ‘조화’ 위해
이런 신학과 신앙, 삶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김 목사는 부단히 애쓰고 있다. 교수와 목사라는 두
모습의 삶을 사는 이유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 그가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개혁신학회는 얼마 전 봄 학술대회를 학교가 아닌 교회에서 열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도 예배에 관한 것으로 평이했다. 김 목사는 “신학자들 먼저 스스로를 낮춰 교회와 성도들의 삶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목사는 조화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신학과 목회, 개인구원과 사회구원, 보수와 진보, 그리고 수없이 분열된 지금의
한국교회까지…. 김 목사는 모든 문제의 이면에는 항상 이 조화롭지 못한 분열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기총 해체’에
대해서도 그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분열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서라도 한기총은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했다.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워버릴 수는 없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수업과 목회를 병행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네요. 가끔 그냥 하나만 할 걸 하는 생각도
합니다. 수업 준비로 바빠 성도들 잘 돌보지 못하고 또 예배 준비하느라 학생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할 때면 그런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 하죠. 바람이 있다면 제가 왜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지 우리 성도들이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그 어떤 명예나 욕심이 아닌 신학과 목회의 조화를 위해서고, 더 나은 교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