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 부부간 강간죄 인정 판결을 보고 - 교회내 ‘성 교실’ 개설 촉구한다 부부의 건강한 성, 뿌리 깊은 영성으로 인도…성에 대한 바른 가르침 주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최완주)는 8월 20일 아내를 성추행하고 폭력을 행사한 남편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법원이 아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제한 남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를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등 그 동안 변화된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교회에도 교인들의 가정 문제나 성문제에 있어 좀더 집중적인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할 지 오랫동안 가정사역자로 활동해 온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의 기고문을 싣는다. <편집자주>

지난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아내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씨(45)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내를 성추행하고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남편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34년 전 대법원은 1970년 정상적 부부는 서로 정조권을 승낙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간주해 강요에 의한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의 금기를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여성의 성적 자결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부부 상호간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법이 만사해결책인 것인 양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만이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부부들 문제는 그 기준과 증거가 모호하다. 또한 배우자의 성생활 역시 존중받아야 하므로 본 사건처럼 특수한 갈등행위로 불거진 사건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처리하여 ‘재판’이라는 국가 개입이 부부관계를 규정하거나 가정해체의 도구로 전락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남성중심사회에서 성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며, 부부라 할지라도 개인의 자유와 성적 존중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바로미터를 제시한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부의 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때문에 교회 안에서도 ‘부부와 성’에 대한 문제를 재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왔지만 부부간의 성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가정과 부부들이 성에 대한 바른 지식과 이해, 그리고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혼예비학교를 통해서 신혼의 성에 대해, 부부 교실을 통해 중년의 유혹과 침실 가꾸기를 가르쳐야 한다. 또한 노년의 성에 대해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성은 창조의 명령이었다. 성생활이 전제되지 않은 생육과 번성(창1:28)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창1:31) 일이다. 성경은 창조 기사에서부터 시작해서 부부의 성에 대해 많은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가정사역의 핵심 구절이라 불리는 베드로전서 3장 7절의 “남편 된 자들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라는 말씀이, 70인역 성경에서는 ‘동거하다’라는 동사를 계속 ‘성교하다’로 번역하고 있음도 흥미롭다. 또한 성에 대한 명령만이 아닌 성 예절이나 규칙도 있다. 즉 자기 몸을 자기가 주장치 못하며(고전7:4), 기도하는 일 외에 분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7:5).

부부의 규칙적인 성은 모든 성적 유혹으로부터 부부를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친밀감을 높여 하나됨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또한 부부의 건강한 성은 뿌리깊은 영성으로 인도한다. 이제 부부간의 성적 부조화가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성적 불만족으로 범죄나 유혹에 빠져드는 일이 없도록 교회 안에도 성에 대한 바른 가르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부부간의 성적인 문제가 법이라는 잣대로 규정되거나 제단되어서는 안 된다. 부부의 성은 상담과 치유, 교육과 훈련의 영역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적 갈등까지 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불행이 더 이상 재연되지 않도록 교회내의 성 교실 개설을 촉구한다.

 

송길원 목사 /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