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3편-왕의 귀환 

드라마 장르를 편식하는 편이어서 판타지 영화는 생소하지만 ‘반지의 제왕’&nbsp3편을 보기 전 에&nbsp1,&nbsp2편을 다시 한번 보았고 흥미와 궁금증이 점점 더해져서 원작 소설을&nbsp7권 세트 로 구입했다. 

원작의 저자 톨킨은 이 작품 속에 자신의 신앙을 반영하여 성경적 이미지와 상징들을 많이 넣어두었다. 간단히 언급하면 가인 의 형제 살해, 선악 간 갈등(롬&nbsp7장), 바벨탑 이미지, 마른 뼈의 환상(겔&nbsp37장), 예수님의 십 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구레네 시몬, 애굽군의 홍해 몰살, 예수님의 승천과 재림의 이미지 등이&nbsp3편의 영화 곳곳 에 나타난다. 물론 이런 상징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신학적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첫째, 영화는 인간 존재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잘 깨닫고 있다. 영화는 인간 키의 절반에 불과한 호빗족의 소년 프로도가 악 한 절대자를 대적하여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결론짓는다. 왜 하필 호빗인가? 이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하한선을 보여준다. 인 간은 아무리 못났어도 결국 하나님이 창조하신 존재이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둘째, 영화는 부담스러운 짐(burden)을 지고 영적 순례의 길을 걷는 성도의 인생을 보여준다. 프로도는 반지를 버려 야 할 불의 산에 가까워질수록 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프로도에게 충성스러운 동반자 샘이 말한 다. “세상엔 좋은 것이 많아요, 주인님. 그것 위해 싸우는 것도 값진 것이죠.” 인생은 어차피 싸움 아니던가. 세상 속에서 우 리 크리스천들은 영적 전투를 감당해야 한다. 입시전선, 취업전선 등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이겨낼 힘을 길러야 한다. 영화 를 본 크리스천들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을 것이다. 

셋째, 이 영화가 보여주는 큰 신학적 미덕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있다는 점이 다. 세렌디피티란 흔히 말하는 ‘우연한 대박’이 아니라 우연인 것 같지만 하나님이 은혜로 섭리하심에 대한 인간 쪽의 이해를 뜻한 다. 반지 원정대는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원정의 과정에는 세렌디피티가 연속되었다. 험난한 여행 중에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지 만 선택만이 그들의 길을 열어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거미에게 잡혀 죽게 된 샘이 결국 오르크들에 끌려가 불의 산에 더욱 가까 이 간 것이나 두 번의 큰 전쟁에서 간달프가 이끈 원군이나 아라곤이 데려온 죽은 영들의 군대로 인해 기대하지 못한 큰 승리 를 한 것도 우연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이 섭리하신 은혜를 보여준다. 

고향 샤이어로 돌아온 프로도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 샘에게 편지를 보낸다. “너의 이야기를 이어가길 바래.” 결말은 샘의 이 야기를 통해 이어져야 한다. 어떤 이야기인가? 화초로 둘러싸인 평화롭고 아름다운 집으로 퇴근하는 샘이(평범한 샐러리맨?) 사랑하 는 아이들과 아내를 안아주는 이야기, 바로 그의 일상이다. 바로 오늘 우리의 일상이다.  

원용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