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가정에 대한 상념   

생명력 넘치는&nbsp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들을 만들어 어린이 사랑, 부모공경, 선생님 존중,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하나님께서는 가정을 세우시고, 가정을 통하여 영광 받으시기를 원하시지만 오늘 기독교가정들 조차도 과연 안전지대 안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합당한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매년 입학전형시 면접을 입학성적 배점에 할당하고 있다. 이유는 세례교인으로서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잘하고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학문과 경건훈련을 통해 영적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연마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면접 때 “언제부터 교회생활을 시작했는지” 물어보게 된다. 그 때 대부분의 대답은 “모태신앙”이라고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원자가 교회의 중직자로서 목사, 장로, 안수집사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요즘은 놀랍게도 이 ‘모태신앙’이 ‘못해신앙’(can&nbspnot)으로 불린다. 이리저리 물어보고 찔러보 면, 구원에 이르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에 대해 불확실하며 교회에서 봉사활동은 열심히 하고 있으나 구원의 확신이 없다. 

이러한 사실들을 매년 접하면서 오늘날 기독교 가정들도 별 차이가 없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독교가정의 자녀들 은 하나님과 은혜언약 관계 안에 있는 자녀들이다.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고 하신 약속은 참으로 가슴 벅찬 감격과 놀라 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믿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믿음의 상속자요 하나님의 후사지만 중생의 문제는 하나님께만 달려있음에도 자녀 가 스스로 자기 입으로 고백하도록 교육하는 일이 소홀하며 또 너무 형식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작년&nbsp11월에 총신유아교육 학술대회 때 ‘기독교 가정의 부모-자녀관계’라는 주제로 영유아 부모를 중심으로 논 문발표를 한적이 있다. 당시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nbsp555개 기독교 가정을 조사한 결과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는 가정 이&nbsp5.6%(31), 주2∼3회가&nbsp10.6%(59)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녀 양육관에 기독교 세계관 을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 

매일의 가정예배 없이 주일에 한번 교회에 나와서 한 시간 정도 예배드리는 주일학교 교육으로 자녀들의 신앙교육 이 다 될 수 있을까?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의 물결,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자녀들의 마음 속에 예수님이 차지할 자리가 있기나 한 지…. 

오늘날 기독교 가정은 폭풍을 만난 돛단배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과 같으며, 그 자녀들은 그 홍수의 흙탕물에 휩쓸 려 떠내려가는 갈잎과도 같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부모들은 무엇을 향하여 그토록 자녀들을 쫓고 있으며, 아이들은 쫓기고 있는 가? 모두가 미친 것처럼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그것이 분명히 하나님 안에서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21세기라는 지구촌의 이 거대한 물결은 생활양식이나 가치, 그리고 이념적인 것들을 너무나 쉽게 변화시켜가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하나님의 자녀에서 마귀의 자녀로 빼앗기기 쉽다. 

많은 기독교 가정들이 이 물결에 휩싸여 파괴되고 붕괴되어 간다. ‘냄비안의 개구리’(냄비의 물온도를 아주 서서히 올리니 개 구리는 뜨거워 삶아져도 깨닫지 못함)처럼 세상이란 냄비 안에서 세상의 가치와 죄악의 온도를 느끼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 이다. 그래도 뜻있는 인사들과 기독교지도자들의 가정사역 물결이 일어나고 있어 다행한 일이나 아직도 역부족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 다. 

이제 교회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한다. 교회가 전도를 통해 양적 팽창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인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먹 이며 교육하고 양육하는 일도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 앞에서 행복한 개인, 행복한 가정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 며, 결국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nbsp21세기 사람들은 교회를 찾는 일을 삶의 우선순위에 놓지 않을 것이다. 

가정을 바로 세우도록 교회가 부모들을 가르치고 도와야 하는 이유는 가정을 세우신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는 일이다. 위로부 터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 한순간도 마음을 놓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nbsp5월이 되기 바란다.  

기독신문 / 정갑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