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종교상징물 착용 안된다


프랑스 내각, 공립학교 학생 종교상징복장 금지법안 통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종교 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프랑스 내각이 128일 공립학교 학생의 종교 상징물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립학교에서 학생이 신봉하는 종교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표시나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 법안은 23일 프랑스 하원에 상정돼 10일 그 제정 여부를 판가름하는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날 각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 법안은 공립학교의 중립성을 분명하게 재확인하는 것이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특정 종교의 신자임을 드러내는 표시들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정교분리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오랜 세속주의원칙을 엄격하게 재천명하고 있는 이 법안은 공립학교 내에서 이슬람을 신봉하는 여학생의 두건 착용은 물론 유대교식 모자나 십자가 착용도 금지하고 있어, 근본주의 이슬람 단체와 바티칸, 프랑스 개신교 연맹 등 각 종교 단체들로부터 일제히 비난과 우려를 사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히잡(머리수건)을 착용한 무슬림 여학생이 퇴학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지난해 시라크 대통령은 정치인, 종교인, 사회학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이렇게 해서 나온 보고서에 기초해 이번 법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뚜렷하게 종교적인 상징이라는 모호한 규정 때문에 실제로 이것을 판단해야 하는 일선 교사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등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공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 법안 작성에 참여한 교육부 장관 루크 페리가 분명하게 종교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턱수염도 그 금지 조항에 해당한다고 했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프랑스에서는 게으른 남학생이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과 종교적인턱수염을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

 

이 법안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안팎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1(현지 시간)에는 파리에서 시크교도 2000여명이 이 법안의 금지 규정에 시크교도 남성이 착용하는 터번이 포함되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에큐메니컬 뉴스 서비스는 이 법안이 프랑스 내각을 통과한 직후, 프랑스개신교연맹 의장 장-아놀드 드 클레르몽 목사가 이 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드 클레르몽 목사는 이 법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바라는 사람들을 무시한 조급한 조치라고 비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128일 내각을 통과한 이 법안은 여당인 대중운동연합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독신문 / 김은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