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로 본 <매트릭스>   

전방위 영역서 막강한 영향력 
영화 ‘매트릭스’는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동서를 막론하고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영화에 는 백인, 흑인, 아랍계, 아시아계, 유럽계 등 모든 인종이 출연하는데, 특히 아시아계의 중국인이나 유럽계의 프랑스인이 큰 파워 를 대표하도록 설정해, 최대의 관객동원으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영화에 출연한 인물과 소품을 이 용한 광고, 국내 브랜드인 휴대폰 등은 매트릭스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영화의 영향력이다. 

또한 ‘매트릭스’라는 대중문화를 학문적으로 접근해 대중에 다가가려는 시도로써 발간된 <매트릭스로 철학하기>(한문 화), <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이룸),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굿모닝미디어) 등은 ‘매트릭 스’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여러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침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지난&nbsp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밀레니엄 광장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검 은 선글라스에 검은 정장을 입은&nbsp3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일명 ‘매트릭스 놀이’를 즐겼다. 매트릭스 놀이 는 말 그대로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들을 따라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즐기는 놀이다. 

이 놀이는 일본에서 ‘플레시 몹’(서로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휴대폰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약속 장소에 모 여 몇 분간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행위) 형태로 시작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철저한 사전 준비 와 연습을 통한 일종의 퍼포먼스 형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트릭스 놀이는 특정 영화를 흉내낸다는 점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과 동시에 청소년 범죄에 모방된다는 측면에 서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대중문화 특 히 영화가 청소년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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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반향 일으킨 <매트릭스> 시리즈 완결 / 가상현실 꿰뚫은 기독교 세계관   
‘메시아 의한 세계구원’ 성경적 모티브 빌어 영화 완성도 높여 철학·과학 접목한 시도 ‘충격’… 기독교 대중문화 과제 제시 
2003년&nbsp11월&nbsp5일, 우리는 영화 마케팅 사상 초유의 특별한 개봉을 접했 다.&nbsp1999년 선보인&nbsp1편의 충격 이후 영화와 각종 매체에서 수없이 모방됐 고,&nbsp2003년&nbsp5월&nbsp2편에 이어&nbsp11월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 션’은 ‘전세계 동시개봉’이라는 거만한 방식으로 또한번 지구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며 그것이 현실이라 느끼는 사람들’이란 독특한 스토리 구성과 현란한 스타일의 액션으로 기존 영화의 장 르와 형식을 변화시키며 많은 영화들의 참고문헌이자 대중문화의 철학적인 논의를 불러일으킨, 이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문화 아이콘으 로 떠오른 영화 ‘매트릭스’. 철학과 과학을 접목시킨 매트릭스의 새로운 영화적 시도는, 이후 영화에서 다뤄진 철학과 컴퓨터 커뮤니 케이션, 종교, 과학, 현대 문화에 대한 많은 책의 출간과 함께 대학에서 강의가 개설되는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미 각종 매체에서 ‘매트릭스’ 완결편 개봉에 발맞춰 여러 가지 시점에서 바라본 비평이나 정보, 보도자료 등을 내보내고 있 는 가운데, 영화는&nbsp3편으로 완결됐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그 평가가 천차만별인 ‘매트릭스’의 시작은 대강 이렇 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는 네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해커이다. 어느 날 그는 전설적 해커 모피어스 (로렌스 피시번)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nbsp1999년으로 알고 있는 현재가 사실 은&nbsp2199년이며, 인공지능 컴퓨터&nbspAI(Artificial&nbspIntellegence) 가 가상현실을 담은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간을 가축처럼 양육하면서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자신의 동력원으로 쓰고 있다 는 것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인간들은 회로망에서 벗어나려 하고, 이것은 절대 구원자 (The&nbspOne)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nbspAI에게 양육되는 인간들의 비참한 현실을 확인한 네오는 모 피어스와 그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매트릭스를 탈출하여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nbsp1편의 막 을 내린다. 

동서양의 무수한 철학사상을 끄집어 내 다소 현학적이며 관객으로부터 “어렵다, 난해하다” 등 전편에 비해 부정적(?) 반응 을 불러 일으켰던&nbsp2편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완결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은 한 작품처럼 제작되 어&nbsp1,&nbsp2부로 나뉘어 개봉됐다.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을 차치하고 영화 ‘매트릭스’는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 일러두고 싶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 려면 많은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알아서 똑똑하거나, 몰라서 멍청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이 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궁금한 것들을 생각하고, 나름대로 답을 찾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며 이 영화 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매트릭스’를 ‘공부’하는 매력일 것이다. 

우선 매트릭스(matrix)는 자궁을 뜻하는 용어로, 영화 속의 배경이 되는 가상공간을 가리킨다. 이 영화는 기독교, 불 교, 도교, 유교 등 여러 종교 사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데 특히 여러 요소에서 성경적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으며 ‘메시아에 의 한 세계 구원’이라는 부분이 영화 전반에 걸쳐 주인공으로 인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많은 비평가들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화를 재해석하 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런 관점에서 주인공 네오는 예수님과 닮았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은 세상에 왔으나, 사람들은 그를 오해했으며, 제 자에게 배반당하고, 십자가에서 죽었지만 부활했고, 그 이름을 믿는 자들의 영혼을 구원했다. 이미&nbsp1편에서 죽음과 부 활을 경험한 네오 곁에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믿고 사랑하며 희생을 감수하는 동료들이 있으며, 자신의 목적과 운명의 완전한 자각을 통 한 ‘희생’으로 인간과 기계세계, 그리고 매트릭스까지 구원하는 유일신으로, 어쩌면 예수님보다 더 위대하다. 

교회의 관점에서 볼 때 ‘매트릭스’는 ‘나쁜 영화’다. 신에 대한 기도가 없고, 영화 어디서도 신을 찾지 않는, 철저 한 ‘인본주의’ 영화다. 개인의 신념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그것을 통한 자아 확립, 결국 주인공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존재에 의 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해가는 과정, 결말은 그 답을 얻는 것, 그러나 또다시 불교의 윤회사상이 덧씌워지면서 “예수님이 인류를 구원 하기 위해 희생했지만, 과연 지금 우리는 구원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이 의문이 들게 하는 결말….

굳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판을 해야 한다면 이 영화에서 잡을 수 있는 꼬투리는 무궁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치부해 버리 고, 단지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여러 가지 사상의 조화와, 눈에 새로운 기술적 도전의 측면에서 이 영화를 평 가하자면, 분명 영화사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도 길이 남을 뛰어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광대하고 엄청난 시작에 관객으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그 결말을 놓고도 이런저런 예측이 많았지 만 의외로 단순(?)하게 대미를 장식한다. 우리가 볼 때 너무너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 즉 예수님의 희생으로 인류의 원죄를 씻었 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빌려와 네오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시온(인간세계)을 구한다는 결말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영화를 통 해 전편에서 던져진 무수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듣기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싱거울 수 있겠으나, 어쩌면 처음부터 철학적인 탐구 같 은 건 없었으며, 감독들도 그들이 벌여놓은 이야기로 인한 질문들의 해답 따위는 모를지도 모른다. 그저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들이 만 들어낸 영화가 개인과 사회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뿌듯하지 않을까.

아무튼 첫 편 개봉에서부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매트릭스’ 시리즈는 올해로 완결이 됐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눈은 정 말 다양하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이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순수(?)하게 영화 를 본 사람이 아니라면, 해설 없이 영화를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는 것. 그러나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  

기독신문 /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