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사라진 가정   

한 남자가 늦은 밤 집으로 가기 위하여 총알 택시를 탔다. 택시는 벼랑길을 접어들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겁 이 난 남자는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 양반, 속도좀 줄입시다.”그러자 운전사는 “이 차에는 브레이크가 없어요.”라고 대답했 다. 깜짝놀라 “뭐라고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자 “정 무서우면 나처럼 눈을 감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관계가 어 렵다고 무조건 피할 수 없다. 요즘 가정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관계단절, 관계고립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가정들이 많이 있다. 

얼마 전 한 청소년이 죽은 어머니의 시신을 집에 둔 채로&nbsp6개월을 그냥 지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도와 줄 것 같은 사람이 없어서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지낼만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현실 에 존재했었다. 그것도 우리들의 이웃에서 ‘나 홀로 집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고립은 ‘혼자 있거나, 분리되고, 나누어지고, 고독한 상태’를 말한다. 가정 안에서도 우리는 종종 고립 아닌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저녁식사를 같이 먹고, 한 침대에서 자고, 같은&nbspTV를 보고, 같은 예금통장을 사용하며, 같은 아이들의 부모 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인 부부관계가 있다. 성관계를 가질 수 있어도 사랑은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이 야기를 하지만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살 수는 있으나 서로 삶을 나누지는 못한다. 불쌍하고 외로운 미혼자보다 더 나쁜 것 이 있다면 그것은 불쌍하고 외로운 기혼자일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가정에는 고립이 존재한다. 고립은 결혼생활에 조용 히, 그리고 천천히, 고통없이 침입해 오는 하나의 바이러스와 같다. 

고립감은 생명을 앗아가는 것과 같다.&nbsp1915년에&nbspH.D. 채핀은 버려진 신생아들을 보호하 는&nbsp10개 병원의 유아사망율을 조사하였다. 미국 소아과 협회가 발표하기 전에 벌티모어 병원에서는 원치 않게 태어 난 유아의&nbsp90%가 첫 해에 죽은 것으로 추산되었다. 나머지&nbsp10%는 병원에서 벗어난 아이들이었 다. 문제는 무엇인가? 세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따뜻함이나 사랑, 관심으로부터 격리되어진 아이들은 고립감 때문에 생명 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대가정은 이런 불행한 아이들과 같다. 유년시절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위험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낸다. 아이 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관심과 돌봄은 성장을 가로막는 것들이나 여러 위험과 질병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 는 것이다. 

가족이 같은 집에 살면서 죽어도 모르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극단적인 개인주의 삶을 가정 안에 서 사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한 마음을 갖고 희노애락을 나누는 가족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이란 함께 함 에 그 가치가 시작된다. 그 어떤 순간에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며 같은 마음으로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한다. 

그러나 현대 경쟁사회는 가족이라는 개념자체를 파괴시켜가고 있다. 학자들은&nbsp60년대 이후 서방국가에서 일어 난 ‘3대 대붕괴‘로 범죄 증가와 가족 파괴, 신뢰의 파괴를 든다. 한국사회도 이러한&nbsp3대 붕괴가 이미 시작되었다.

가족관계는 마치 두 개의 자석과 같다. 서로에게 항상 영향력을 미친다. 서로 끌어 당기든가 아니면 서로 밀쳐내게 되는 것이 다. 그러나 두 개의 자석이 떨어져 있고 같은 자기장 안에 있지 않다면, 이 둘은 서로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러나 두 개의 자석을 같은 자기장 안에 둔다면 그것들은 둘 중에 한 가지 현상을 보이게 된다. 서로 끌어당기든지 아니 면 서로 밀쳐내는 것이다. 현대가정들을 바라보면서 아쉬운 것은 끌어당기는 일도 밀쳐내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다.&nbsp12월이 되면 모두가 분주하다. 가족이 각자가 분주하기보다는 가정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져야 한 다.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내일을 향한 꿈들을 나누는 가족이 되어야 한다. 

가족은 아름다운 하모니처럼 사랑의 노래가 울려 퍼져야 한다.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 마음 을 품어…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빌2:2)한 바울의 권고에 대하여 “바울사도님! 우리 가정을 말씀하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 는 가정이 되자. 고독이 사라진 화목한 가정으로&nbsp12월을 보내자.  

이의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