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보는 ‘대장금   

아이들이 못 볼 것을 까다롭게 가리는 편이라&nbsp12세 관람가인 드라마 ‘대장금’을 나는 못 보게 했다. 그러 나 아들.딸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결국 함께 보기로 했는데,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어서 그걸 좀 나누고 싶다. 

사극이라면 궁중의 권력 암투 이야기가 보통이어서 못마땅한데 ‘허준’과 ‘상도’에 이은 이 드라마는 아이들에게 성경적 직업관을 가리키기에도 매우 좋은 작품이다.

사극을 초등학교&nbsp3학년,&nbsp1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면 부모는 ‘국어사전’이 되어야 한다. “당 장 포박하라. 문초하리라”가 궁금하다. “오늘은 고사를 지내는 날이니 준비하라”는 말에 아들이 묻는다. “아빠, 고사가 뭐예 요?” 딸이 재빨리 말한다. “고사는 시험이야. 시험!”

딸의 귀여운 한계는 또 드러난다. 대사를 따라하는 것이 특기인데 “그럼, 어머니도 글을 아시옵나이까?”라면서 어릴적 장금 의 흉내를 곧잘 낸다. 장금이 모함을 받아 갇혔을 때 최고 상궁이 하는 말을 흉내낸다. “내일 아침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의 정부’로 보내 문초를 받게 하리라” 이번엔 아들이 깔깔거린다. “하하하, 의정부가 아니고 의금부야 의금부!” 

“미련이 남는 건 뭐야, 아빠? 바보란 말이지?” “벼슬 한자리? 그건 닭 벼슬이지?”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가며 묻는 딸이 너무 귀엽다. 딸아이는 마치 작년에 월드컵 축구를 보듯이 가슴을 졸인다. 

‘대장금’은 무엇이 과연 직업인의 바람직한 자세인지, 아이들을 교육하기에는 정말 좋은 드라마다. 미각을 잃은 장금에게 음 식 맛을 보지 말고 맛을 그려내라면서 결국 극복하게 하는 장면을 보며 감탄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도 저런 한상 궁 같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기도해라.” 

끝없이 노력하는 장금이와 다르게 전해지는 요리법만 가지고 요리하면 된다는 최상궁의 출세지향주의와 안일한 직업관은 아이들에게 특별히 다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교육이 되었다. 저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소갈(消渴) 증세가 있는 명나라 사신을 위해 푸성귀를 올리던 한상궁과 장금의 소신도 우리 가족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위해 정성으로 만드는 것이지 나의 자랑을 하려하면 안 된다는 교훈, 그것은 바로 성경적 직 업관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않는다는 것(골&nbsp3:23). 몸에 좋지도 않은데 황 제의 음식을 상 부러지게 차려놓는 최상궁의 태도는 만용이요 일로 죄짓는 것임을 아이들은 깊이 깨달았다. 

최고상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직장인들에게 멋진 교훈이다. 세상에는 정말 나쁜 사람도 있어 서 그들은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주었고 그런 나쁜 사람들을 멋지게 이기기 위해서는 장금이 와 같은 능력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가르쳤다. 

다 좋은데 문제도 있어서 ‘대장금’ 하는 날이면 평소에도 짧은 가정 예배가 더 짧아진다. 기도 빨리 끝내라는 아이들의 성화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