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교회 보내지 마라'는 책 낸 이유 책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를 낸 목사의 변명


한국 땅에서 목사가 '우리 아이 교회 보내지 마라'는 책을 내는 것, 분명 욕 들을 짓일 수 있겠다. 이 책을 보면서 "쯧쯧, 목사가 이따위 책이나 내고…. 돈 벌려고 별짓을 다 하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부인하지 않겠다.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놈이 어디 있나. 가난한 나로서도 돈을 벌어야 자식 둘, 아내 하나를 책임질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돈도 벌어야 하는 처지다. 내게 맡겨진 최소한의 사랑의 짐인 내 가족 하나도 건사 못하면서 뭔 '목사질'을 하겠나. 가뜩이나 목사질도 시원찮은 판국에. 사람들이 말하는 '먹사', 그래 나도 '먹사' 맞다. 돈 벌려고 교회 운영하듯이 나도 돈 벌려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또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게 이런 책을 쓰는가? 이러려면 뭐 하려고 목사가 됐어?" 소위 '모태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면 나도 목사가 되었을까. 어렸을 적에 목사가 이렇게 욕 들어 먹는 자리인줄 진작 알았더라면 목사가 되겠다고 기도하고 난리 쳤을까. 부흥회를 쫓아다니면서 "아버지를 교회에 나오게 해 주시면 목사가 되겠습니다"란 서원 기도를 함부로 했을까. 목사가 이렇게나 많이 거짓말을 해야 겨우 먹고사는 자리인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일찌감치 꿈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천신만고 끝에 목사가 됐지만…

   
 
 

▲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 / 송상호 지음 / 자리 펴냄 / 204면 / 1만 원

 
 

그래도 내가 목사 자격증을 딴 것은 고스톱 쳐서 딴 것도 아니다. 가난한 시절 결혼을 남보다 좀 일찍 했다. 가정도 건사해야 했고 공부도 해야 했기에 별짓을 다해서 신학교를 다녔다. 낮엔 트럭 하나 이끌고 화장지, 계란, 과일 등을 팔러 다녔고, 밤엔 야간 신학교에서 목회자 길을 걷기 위한 공부를 했다. 골목골목 다니면서 "맛있고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달달한 포도가 왔어요"라 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한 번은 낮에 일이 피곤해서 수업 시간에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잠든 적도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맙게도 담당 교수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럴까" 하면서 안 깨웠단다. 내 동창생들은 덕분에 수업 시간 내내 코 고는 소음을 들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한국 땅에서 내로라하는 보수적인 신학교에 착실하게 다녔고 거기서도 성적은 항상 전교 1~2등을 다투었다. 신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하니까 교수들도 나를 아끼고 좋아했다. 나중에 내가 이렇게 뒤통수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부교역자 생활도 한 교회에서 5년 동안 착실히 해서 교인들과 담임목사로부터 모두 인정받았다. 장애인 시설 교회도 했고 개척 교회도 했다. 목사 고시에 합격하고 난 후 2002년도에는 한국의 한 대형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런 책 제목을 잡은 계기

어떤 사람들은 "목사면 목사지 네가 뭔데 우리 아이 교회 보내라 마라 하냐. 교회 가기 싫으면 너나 안 가면 될 거 아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말에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교회를 가고 안 가고는 전적으로 본인 자유다. 자녀들을 교회에 보내고 안 보내고도 철저히 자신들의 자유이며, 자녀들이 교회에 가고 안 가고도 그들의 자유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우리 아이 절대 교회 보내지 마라'란 명령형은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우린 누구도 남에게 명령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게 자신이 낳고 기른 자녀라 할지라도.

그래도 명령형을 쓰는 것은 한국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할 때는 좀 세게 말해야 귀 기울인다는 일반 의식 때문일 게다. 적당히 욕을 섞어 가며 말을 해야 겨우 말발이 먹힌다는 사회 풍습(?)을 나도 따라 해 본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제목을 써야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책도 팔린다는 출판사의 조언도 한몫했다. 어차피 혼자서 자위하려고 이 책을 내는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어서 책을 쓰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책을 낸 진정한 이유

그래도 이 책을 이 정도로 봐 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다니면(혹은 절에 다니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나중에 나이 들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다니면 종교에 대한 이해도 더 풍성해진다. 다니고 싶지 않으면 안 다녀도 그만이다. 아이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고, 우리 어른들은 그럴 권리를 짓밟을 권리가 없다. 아이들을 진짜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교회를 강요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나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다녀서 좋은 점도 아주 많았지만, 단편적인 기독교 세계관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기까지 수많은 고난을 감내해야 했기에 하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적에 배운,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도 관련 없는, 그런 하나의 세계관에 함몰되어 사는 것을 나름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그것조차도 '당신이 뭔데'라고 말하면 나는 바로 꼬리를 내리겠다. 그 말만큼 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평화를 얻는 게 아니라 혼란에 빠졌으면 좋겠다. 고민을 하면 더 좋겠다. 갈등을 하면 더더욱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좀 더 솔직해졌으면 정말로 좋겠다.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책을 내는 보람이 없어진다. 물론 내게 보람을 주기 위해 여러분들이 괜히 고민하는 척하진 않으리라고 믿는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회에 대해 고민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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