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는 명령    
박병길 목사(나주성만교회)   

우리는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고있다. 거기에서 작고 큰 것들을 그리고 시시한 것들을 혹 놀랄만한 일들을 엮어내며 주어진 인생 걸음을, 주어지는 세월속에서 엮어가고 있다. 

즉 우리가 하늘을 만들거나 땅을 만들며 사는 것이 아니며 공기를 만들거나 시간을 만들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주어진 공간을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머물고 있는 것이다. 가꾸는 지혜는 인간을 능가하거나 따라올 수 있는 어느 무엇도 있지 않다. 그런데 일시적으로는 아름다운 모양새를 내는 듯 싶지만 영원적 시각 앞에서는 어리석은 지혜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서보다 나 자신에게서 발견하고서부터는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으며 무거운 고민을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사는 것을 탓하기 시작하였다. 영원히 아름답게 세워가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망가뜨리며 산다고 생각할 때 결코 산다는 것이 가벼울 수가 없었고 책임의식을 회피할 수 없는 자책감에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인간된 우리는 분명 소나 개나 호랑이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산다. 소나 개나 호랑이는 그냥 살아도 되지만 인간만큼은 그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소나 개나 호랑이는 그냥 살지 않는다면 인간은 거기서 멈추어 서서 생각해야 한다.  

인간 본연의 새로운 감각을 살려내시기 위하여, 이런 우리에게 주님이 오셨다. 주님은 새로운 피조물로서 어울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옷을 입혀 주셨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세상의 소금된 직분이 주어져 있는가 하면, 세상의 빛된 사명이 주어졌다. 소금된 직분과 빛된 사명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게 된다면 망가뜨리는 인생걸음은 걷지 않게 될 것이요 영원적 시각 앞에서도 장난감 자동차는 만들지 않게 될 것이다. 

72년 10월 첫주일 새벽이었다. 나는 집사로 섬기면서 주일 새벽 기도시간을 주님과 씨름하듯 부르짖어 간구하며 보내고 있었다. 그때 교회당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벼락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가라” 는 한마디 명령이었다. 그 엄한 명령은 나의 몸과 마음을 뜨거운 불로 달구듯 모든 잡념을 태우고 가라앉혀 놓았다. “주여 가겠나이다.”이 한 고백과 더불어 가슴에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적셔 온몸을 씻어 주었다. 

복음의 길 30년을 외치면서 달려온 오늘의 시점에서 조용히 속가슴을 쓰다듬으며 주님앞에 기도한다. 잎새 하나도 제 몫을 다한 후 낙엽이 되고 난 후에도 썩어 거름이 되는데 “가라”는 주님의 명령 되새겨보며 목사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마지막 그 순간이 소금 그리고 빛이 되었으면 하고 마음을 열어 소원한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