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냉각기에 생각한다   

광복&nbsp59주년을 앞두고 예년과는 달리 남북행사가 썰렁하다. 예년 같으면 민간단체의 방북이 줄을 잇고 이산가족 상봉이다 경제교류다 하여 공동행사와 회담이 한창일 시기이나, 남한당국이 김일성 사망&nbsp10주기 추모를 위한 방북을 불 허한&nbsp7월초부터 정부와 민간차원의 모든 교류가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용천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남한은 의약품과 식량, 건설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했으며, 개성공단 사 업에 대한 개발청사진 등으로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또한 휴전선의 모든 방송시설과 선전물을&nbsp3단계로 완전 히 철거하겠다는 남북 군장성들의 합의는&nbsp1단계 철거착수로 이어져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nbsp6월말 베이징에서 개최된&nbsp3차&nbsp6자회담에서도 핵문제 해결 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도출되었다. “핵폐기에 대한 보상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던 미국의 강경태도가 다소 누그러져, “한 국과 일본이 핵동결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겠다”라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이로써 일본이 보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듯 했다.

그러나 북한은 예상한 만큼 경제협력이나 군사협력, 핵문제 등이 신속하게 풀리지 않는 데 대해, 미국의 방해 때문이라고 비난 하며 남한이 ‘민족공조’를 위해 미국에 적극 반대해 나서주기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nbsp9월로 예정된 미국 이지스함대 의 동해 공해상 배치에 대해 침묵하는 남한의 태도를 공격하고, 개성공단 건설도 남한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비 난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nbspNLL(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는 북한의 잦은 도발로 나타났다.

여기에 탈북자&nbsp468명이 한꺼번에 남한으로 입국한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북한의 감정은 매우 격앙된 것 같 다. 북한은 이 사건을 “백주의 납치, 테러”라고 규탄하며 남한과 베트남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강경대응 배경에 는 탈북자 집단입국 사실이 북한내부에 알려질 경우 적지 않은 북한주민들이 동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깊게 깔려 있다.

이같이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맞을수록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북한은 탈냉전 이 후&nbsp15년 동안 체제를 지탱해 왔으나, 앞으로&nbsp5년 내에 급격한 체제변화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특 히 정보통신의 발달로 한국의 문화와 중국의 변화에 점점 영향을 받고 있는 북한은&nbsp2008년 베이징올림픽 과&nbsp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젊은이들의 대량탈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 이전 수년동 안 동독주민의 국경탈출이 이어졌으며, 통일직전에는 대규모 탈출행렬로 발전하였다. 내부통제가 엄격하여 정치적 시위가 불가능한 북한체 제에서 국민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체제를 탈출하는 도피의 방법뿐이다. 현재 정보통신의 발전과 중국의 개혁개방 속도로 미루 어 볼 때, 문화접촉으로 인한 북한의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며 올림픽을 준비하듯 지금부터 착실하게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으로 주 변&nbsp4국 외교를 균형 있게 펼침으로써 경제발전과 급격한 북한변화를 대비하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탈북자 지원과 북한 에 대한 문화적 선교를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 문화접촉으로 촉발될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국과 한국교 회는 흥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김병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