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시계   

목회자들은 대개 새벽 제단을 쌓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것은 목회자의 하나님에 대한 의무이자 하나님께 받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벽 제단을 쌓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제 시간에 일어나기’이다.

어떤 이는 일정한 시각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알람 시계’에 의존하게 된다.

집에는 다섯 개의 알람 시계가 있다.

이 시계들을 하나씩 보자.

A.타이어 모양의 둥근 외형에 작업 공구처럼 생긴 시계 바늘이 어울려있는 시계.

- 어떤 성도로부터 선물 받은 것인데 아마도 타이어 공장의 홍보용 시계로 생각된다.

이 시계는 외형이 특이하고 그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시계가 조금씩 쉬었다 가고 하더니 알람도 잘 울 리지 않고 그 형태만 그럴듯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B.중국 복식의 아가씨가 안고 있는 하프 모양의 시계.

- 중국에 다녀왔을 때, 선교사 부부가 내게 선물한 것이다. 이 시계는 너무나 민감하게 변해서 외부에서 충격이 주어지거 나 텔레비전 소리가 좀 크게 들려도 빽빽 울어댄 다. 그 동네(중국)랑 환경이 많이 달라서일까? 모양이 특이하고 대륙에서 온 것이 라 버리기는 참 아까운 시계다.

C.노란 강아지 모양의 시계

- 이 놈은 참 겉과 속이 다르다 할까. 분명히 알람 지침은&nbsp4시에 맞춰져 있는데 새벽&nbsp1시 에 멍멍 짖어 대 다음 번엔 계산을 해서&nbsp7시에 맞춰 놓았더니 그 날은 하마터면 새벽기도를 빠뜨릴 뻔했 다.&nbsp7시에 운 것이다.

D.모델하우스처럼 정교하게 꾸민 집 모양의 시계.

- 내게 교육을 받던 한 그룹이 정성을 모아 마련해 준 시계다. 외형이 너무나 수려 하고 그 움직임도 정교하게 만든, ‘작품’이라 할 만한 시계다.

이 시계도 본래의 제 기능인 알람은 아예 작동하기를 멈춘 지 오래다.

E.전통적 원형 모양의 유리가 깨어진 시계.

- 먼저 번에 전세 들어 살던 사람이 이사가면서, 버리기는 아까운 시계라고 해서 거두어 둔 시계다. 시침과 분침이 약간 굽 는 등 몰골이야 다른 어느 시계에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지지만 전 주인의 말대로 시간과 알람 하나는 소위 ‘칼 같은’ 시계다.

시계 수집가도 아닌 내가 갑자기 시계 이야기를 이리 장황스레 늘어놓은 것은, 이러한 시계를 통해서도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A,&nbspB,&nbspC,&nbspD 이 네 개의 시계들은 저마다 화려한 경력과 사연이 있다. 아 이디어로 그 외양이 특이하거나 외국에서 왔고, 또 친척이 사다 주거나 값이 비싼 ‘작품’ 같은 것들이지만 이 네 개의 시계 를 다 합쳐도&nbspE시계 하나 보다 내 마음을 흡족하게 못해 준다는 사실이다.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내게 필요한 시계란 시각이 정확하고, 제 때 깨워주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하나님의 기준에 부합되는가?

호시탐탐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서 ‘돌이 떡이 되게 하라’고 시험(Temptation)하는 사탄의 목소리를 향해,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과감히 호령하고 있는가?  

정연철 목사 /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