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nbsp1년간 고민하고 기도한 끝에 나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나라와 겨레를 섬긴다’는 생 의 지표를 세웠다. 그러자 대학 진학의 좌표가 분명해졌다. 먼저 하나님의 뜻을 잘 받들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고, 다음으로 나라 와 겨레를 섬기기 위해 정치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을 두 개 다니기로 했다. 

어떤 신학교에 진학할까 고심하던 차에 향리 교회 전도사님의 지도로 총신대의 문턱을 넘었다. 총신대에서 문학 철학 역사에 눈 을 뜨자 ‘지성’의 세계가 내 앞엔 전개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한 수확은 개혁주의 신학을 접한 일이다. 개혁주 의 신학은 나의 기독교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성과 속에 입각한 종래의 이원론적 기독교 신앙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포괄되 는 일원론적 기독교 신앙으로 교체된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기독교 지성’이 성경에 입각한 역사적 개혁주의에 기초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크리스천 정치인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려던 나에게 새로운 성찰이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브라함 카이퍼 의 반혁명당 기독교 정치 같은 개혁주의적 정치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소학교 때부터 줄 곧 품어온 정치가의 포부를 접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nbsp1년을 몸이 쇠약할 정도로 매달렸다. 

마침내 그해&nbsp11월 추수감사주일 아침 상도제일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여, 훗날 후배들이 개혁주의적 정치 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기 위해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하나님께 고했다. 그 대신 교회사역 사회복지사역 교육사역 에 그치고 있는 한국기독교의 실천적 지평을 경제사역으로까지 넓혀야겠다고 다짐하고 교회 목회와 동시에 생판 모르는 비즈니스 분야 에 뛰어들었다.&nbsp22년간&nbsp10차례의 시행착오에도 물러서지 않는 나에게 하나님은 사업의 안목을 열어주 셔 이제는 형통에 감사하고 있으니 과연 주의 은혜는 크시도다!  

기독신문 주필 /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