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동 목사의 성공증후군


올해&nbsp79세로 병석에 누워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nbsp20세기 최고의 배우로&nbsp1954 년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던 말론 브란도는 배우로 지내왔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영화와 연기라는 것은 그저 따분하며 지루하고 유 치한 일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미지보다는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 로 살았던 유명인 이었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었기에 그런 회한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 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할 때에 이렇게 부패한 종교를 내가 개혁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당시 교회 상황이 안타까 워서 자신이라도 올바로 해야겠다는 다짐으로부터 비롯되어 기독교 역사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사람 들부터 성공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땅의 많은 크리스찬들이 예수를 잘 믿으면 어디서나 성공과 승리가 보장된다고 하는 성공증후군에 감염되어 가 고 있습니다. 저 또한 예외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근래에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도 차량이 많아져서 퇴근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주 차장을 몇 바퀴씩 돌아야 겨우 주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nbsp.내가 즐겨 주차하는 공간이 전용공간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그것 이 주차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빈약한 영성 탓인지 늘 승리하는 것, 성공하는 것, 잘되는 것에서부터 부유해지려는 것까지 에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베드로의 순교보다 베드로의 설교를 통해 변화된 사람들의 숫자에 민감해져 있기도 하며, 아브라함의 자식을 드리는 순종보다 하 나님의 것에 관심을 두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모세를 존경하는 것도 기적을 일으키고 홍해를 가르고 반석에 서 물이 나오게 했던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모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승리의 신앙관으로 훈련된 사람이기에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 는 환경은 항상 과정이라고 설명해 버리며 또 짐짓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 앞에서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것이라고 합리화를 시킵 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크리스찬의 정체성은 넓은 길이나 성공과 승리만을 지향하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내려가는 것, 무대 뒤 에서 섬기는 것, 다른 사람을 높이는 것,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뻐하는 사람이 되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워진 가난과 질병 의 짐들을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받아들일 때에 생겨나며, 그곳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진리와 연결된다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목표가 성공과 승리라기보다는 사는 날 동안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패 또한 또 하나의 결 과인 것입니다. 실패 속에도 하나님이 거기 계시며 응답하지 않으신 것 속에 응답이 들어 있다고 거기서 그때에 하나님을 신뢰하는 습 관으로 길들여진다면 그런 사람들은 진리 안에서 이미 자유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각자 소망하는 미래가 홍해를 가르고 나오 는 모세의 승리한 삶에 맞추어져 있거나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승리의 노래에 모아져 있는 사람이라면 혹 성공증후군에 감염되어 있 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방에서 사역할 때에&nbsp20만원씩 받고 사역을 시작했었습니다. 지금은 지방에서 사역할 때보다 더 많은 액수 의 사례비를 받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에서 사역할 때나 지금이나 나의 삶은 조금 불편할 따름이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 이 나를 지배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미래의 목회 삶을 풍요로운 삶에 설계 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정기간 지나 서 다시금 적은 액수를 하나님이 허락하셔도 그것이 인생이나 제 목회의 실패는 아닐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장애인사역 을 하면서 어느 사이에 사도바울처럼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적응되어 있 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큰 공동체를 꿈꾸고 제 자신뿐 아니라 삶의 질을 생각하며 미래를 설계해 나간다면 꿈 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한편 모자람의 가난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 것입니다. 

‘나는 승리자로 살아야 한다. 나의 미래는 성공자다.’라고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사람일지라도 이 땅에 사는 날 동안 평안 을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아파트단지에서 항상 전용주차장을 꿈꾸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 하 는 것 그것이 성공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