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박병길 목사(나주성만교회) 

내가 숨 쉬며 머물러 있는 곳은 신선한 공기가 가득히 채워져 있고 영산강 상류로 제법 큰 강물이 평화롭게 유유히 흐르고 있 다. 이따금씩 뻐꾹새가 “뻐꾹” “뻐꾹” 노래하는 반가운 소리를 귀 기울여 담기도 하고 깊어가는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고 슬픈 사연 이 담겨 있는 것같이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도 가슴에 담아보는 여유로움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도시근교 시골이다.

6월을 보내면서 싱그러움이 한층 더하는 숲속을 거닐며 마음가득 넘쳐나도록 창조주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감사 찬양하며 영혼 의 즐거움으로 푸른 잎새를 매만져 보기도 하고 겹치자 굵은 꽃봉오리를 통해 풍겨내는 짙고 진한 향기를 훔쳐 마음껏 마시며 평화 가 내려앉은 이슬 머금은 잔디 위를 가볍게 가볍게 걸어 밟기도 한다. 생각할수록 생각이 다 미치지 못할 만큼 섭리하시는 하나님 의 지혜와 다함이 없는 사랑 오묘한 솜씨, 영혼 깊은 곳에서 감격의 신음소리를 발하며 주님의 품으로 은혜의 깊은 안식처로 사랑 의 뜨거운 시온성으로 인도됨을 느껴본다. 

얼마 전 어느 날 아침 새벽기도를 인도하고 선물로 받은 꿀벌&nbsp1통을&nbsp4통으로 늘려놓고 그 앞 에 서 있는데 꿀벌 두 마리가 몸부림치며 살려달라고 외쳐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금새 눈앞에 전개된 것은 벌통 앞에 왕거 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밤새 아무도 모르게 잠도 안자고 쳐 놓은 것이다. 참으로 영리한 거미였다. 

그러나 미련한 거미였다. 우선 거미줄을 제거하고 발버둥치는 두 마리 꿀벌에게 해방의 자유를 주고서 나의 잠든 영혼을 깨 워 깊은 영적 세계를 묵상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왕거미 한 마리가 잠도 자지 아니하고 밤새도록 벌통 앞에 거미줄을 쳐 놓 고 먹이를 노리었다니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택함 받은 성도를 삼키려 하겠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세상은 속인다. 사람도 속이고 마귀도 속인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은 독생자까지 주시면서 우리로 복되게 하시되 천국까지 주 시는 하나님은 속이지 않으신다. 속이는 마귀는 믿는 자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를 뿌리고 걱정, 근심, 염려로 어둡게 하며 감사대 신 불평으로 기쁨대신 슬픔으로 충성대신 게으름으로 기울어지도록 유도한다. 생명을 노리고 빼앗는 거미줄에 걸려들어 발버둥 치고 있 는 영혼은 있지 아니할까? 혹시 믿음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당 문 앞에 거미줄이 보일 듯 말듯 쳐있는 것은 아닐까? 미련한 거미 가 그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뻐꾹새가 오늘도 아침 공기를 가르고 하늘의 뜻을 전해주듯 “뻐꾹” “뻐꾹” 노래하고 있 다. 왕거미를 잡아야 한다. 왕거미가 잡히게 되면 거미줄은 더 이상 있지 아니할 것이다. 오늘도 깊이 숨어있는 왕거미가 밤이 되 면 잠도 자지 않고 일할 것인데 생각하니 목회자는 그래서 밤낮&nbsp24시간 하늘나라 불침번인가 보다. 거미줄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