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폭력 안전지대?   


기독교여성상담소 실태조사… 인식수준 낮아 대응 미흡 절대적 위계관계 속 발생… 교회공동체 책임 의식 넓혀야 

교회는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안타깝게도 성폭력에 관한 한 교회도 안전지대는 아닌 듯 하다. 

최근 어느 해외한인교회에서는 국내 모 교단에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부임한 목회자로부터 여신도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가해자는 상담을 빌미로 여집사를 자주 불러내 성추행했으며 이혼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여집사 뿐 아니라 여교역자들도 같은 수법으로 농락해 온 그는 한국으로 도피, 현재 강제추행 혼인빙자위계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피해 여성은 “담임 목회자가 평소 자신을 ‘하나님이 죽음에서 살리신 종’이라 지칭하는 등 영적 권위를 내세워 교인들을 세뇌시켜 전적으로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제까지 교회 내 성폭력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경우가 전무한 가운데 최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박성자)는 지난&nbsp5년간 실시한 교회 내 성폭력 상담결과와 피해자 진술 등을 공개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에 따르면 교회 내 성폭력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수준은 매우 낮으며 교회의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nbsp7월부터&nbsp2003년&nbsp6월까지 기독교여성상담소에 접수된 교회 내 성폭 력 상담사례는 총&nbsp91건. 이 중 목회자관련 성폭력 사건이&nbsp80여건으로여신도와 여자 청소년, 여아 대 상이 주를 이룬다. 목회자의 성폭력은 정통교단이 아닌 사이비 종파에서나 일어난다는 ‘통념’과 달리, 대체로 특정 교단을 가리지 않 고 발생했으며 사이비 종파 관련 사례는&nbsp2건에 불과하다. 

교회 내 성폭력은 개인상담, 심방, 안수, 성령체험 등 치유행위나 종교체험을 빙자해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며 목회자의 피 로를 풀어주는 ‘안마요원’이나 ‘수종위원’을 두어 ‘제도적’으로 가해하는 악질적인 경우도 있었다. 성폭력은 당회장실, 예배실, 기 도실, 교육관, 사택, 기도원, 피해자의 집, 자동차 안, 여관, 호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피해횟수도 대부분&nbsp1회성 피해에 그치기보다 한 목회자에 의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보 통&nbsp1,&nbsp2년에 걸치거나 심한 경우&nbsp5년,&nbsp10년 이상 피해를 입기도 하 며 지속적인 강간의 후유증으로 낙태를 한 사례도 있다. 

교회 내 성폭력의 두드러진 특징을 살펴보면 목회자와 신도 간의 절대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 해 목회자가 자신을 ‘영적 아버지’라 자칭하며 ‘은혜를 주는 것이다’, ‘사명을 주는 것이다’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도록 유도 하는 것이 일반적. 특히 ‘너는 야곱을 섬긴 라헬처럼 목사를 섬겨라’, ‘아브라함이 외아들을 하나님께 바치듯 가장 소중한 것을 주 의 종에게 바치라’는 등 성경을 오용해 교묘하게 여신도들의 판단을 흐렸다. 피해자들은 이를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목회자를 특별 한 방식으로 섬기고 있다’거나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 여겨 저항의사가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따 라서 교회 내 성폭력은 화간 형태를 띠는 것이 많고 증거가 부족해 법적 해결이 어렵다. 거기다 피해자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인 식을 했을 때는 이미 고소기간이 지난 경우가 많다. 기독교여성상담소에 접수된 사례 중 일반법정과 교단을 통 털어 피해자가 가해 목 회자를 고소한 사건은&nbsp9건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고소시한을 넘긴 사례다. 

이 같이 교회 내 성폭력이 ‘성역 없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 문제를 다루는 교회의 태도는 미숙하기 짝이 없다.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려도 ‘주의 종 마음을 아프게 했다’거나 ‘전도나 선교를 막는다’고 사실을 은폐하려거나 ‘여신 도가 목회자를 먼저 유혹했다’는 등 되려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또 피해자가 가해 목회자를 둘러싼 교회 내 분파에 휘말리 는 등, 피해자의 인권은 실종되기 일쑤다. 교단에서도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 은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교단에 호소해도 도움 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한인교회 성추행 피해 여성도 가해 목회자를 교단에 고소했으나 교단은 이를 회피하고 파 송 교회에서는 가해 목회자에게 안식년을 제공하고 잠잠해질 때까지 안식관에서 쉬도록 ‘배려’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 여성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독교여성상담소 김상임 성폭력문제연구반 대표는 “피해 여성들은 자신 이 목회자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심각한 신앙의 위기를 맞는다. 가해자에게 분노를 느끼면서도 주의 종을 비난해서 는 안된다는 주위의 강요에 혼란을 느끼는 등 일반 성폭력 피해보다 교회 내 성폭력 후유증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성 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도 “교회 내 성폭력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자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한다는 점에서 근친 성폭력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김상임 대표는 “교회 내 성폭력을 교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교회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맨주먹으로 철옹성을 두드리는 것 처럼 힘겨운 일”이라며 “그러나 피해자가 교회 안에서 보호받고 치유받으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회개토록 하는 것은 교회공동체 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남성중심적 성경이해와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교회관습 역시 교회여성들이 맹목적인 순 종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교회 내 성폭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꼬집었다. 

 

기독신문 김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