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며 배운 것들   

“으아~악!” 꽈당! 여지없이 넘어지는 소리다. 추석연휴가 이어지면서 모처럼 온 가족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양재천 으로 나섰다. 한껏 실력을 뽐내며 앞서고 그 뒤를 따라 두 아이들이 달려왔다. 그 동안 한번도 넘어진 적이 없이 타왔던 인라인스케 이트라 안심하고 즐겼다. 그런데 잠깐 삐끗하는 순간 여지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손과 무릎에 보호대를 하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 다면 손바닥과 무릎에 큰 상처가 날만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달려와 염려해주었다. 그 순간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너무나 세게 넘어지고 만 것이다. 처 음으로 넘어지면서 겁이 났다. 넘어지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 순간 깨달은 것은 기초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자세 를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연습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바른 자세로 인라인을 타는 것이 어려워질 정도로 잘못된 습관이 내게 배 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였다. 이제와서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람은 넘어지고 깨져야 깨닫 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가정문제들을 상담하면서 깨닫는 것도 시작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을 시작할 때, 자녀들이 태어나 자녀교육을 시작할 때 에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면 나중은 어려워진다. 원조교제와 성매매춘을 하였던 청소년들을 돌보는 한 목회자를 만났었다. 여중 생&nbsp1학년 때 원조교제로 시작하였던 것이 성매매춘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후회해도 매매춘 성생활에 익숙해져 자신을 되돌 리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시작이 잘못된 죄악의 습관에 빠져버린 것이다. 무엇이든 잘못된 것들이 내게 익숙해지기 전에 자신이 잘못된 것을 발견 해야하는데 이 여학생의 경우 가족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는 돈을 구하기 위한 성매매가 아닌 쾌락을 위한 성매매를 하고 있다. 필자가 돌보던 신혼부부가 아내에게 숨기던 작은 거짓말이 결국 은 신혼의 파탄 직전까지 가는 것을 경험하였다. 회복되기는 하였지만 상처의 흔적으로 아직도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 

넘어지고 깨져서 배우게 된 또 하나의 교훈은 잘 못된 것은 서둘러 교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설프고 잘못된 자세로 계속 인 라인 스케이트를 탔다면 더 큰 실수를 할 뻔하였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아주 기초적인 자세부터 새롭게 연습을 한 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질병인 암(癌)도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한다. 가정문제를 상담을 하면서 어려운 점 은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로 드러난 순간에는 이미 오래 묵은 문제인 것이다. 치료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앞서는 문제 들인 것이다. 

살인마 유영철도, 부모를 살해하였던 이은석군 등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범죄자들도 어린 시절 누군가 조금만 더 잘 돌보 아 주었더라면 그들의 인생도 달라졌을 것이다. 가정의 문제는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잘못된 것들을 서둘러 고치려하지 않는데 있 다. 가정은 한 번도 그대로 있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가정은 항상 변화한다. 그렇다면 가정이 바르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넘어지고 자빠져야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넘어지지 않고 자빠지지 않아도 배울 수 있도록 처음 시작 을 잘해야 한다.  

이의수 목사 /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