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有識)이 무식(無識)만 못할 때 

 아는 것이 힘이고 배워야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배운 것을 제대 로 사용하지 못할 때는 차라리 무식한 것만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배웠다고 상대를 무시하는 못된 버릇이 생겨났고 배 운 지식 때문에 교만이 생겼으며 지식 때문에 친구들을 잃고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을 꺼리는 불행한 면도 있으며 낭패를 볼 때도 있다 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지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부정적인 면만 시정한다면 더욱 좋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옛날에 정선 달이라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쓰지 않고 어느 마을 지나다가 듣고 쓴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고 이야기 한 토막을 올린다. 서울 양반 이 시골로 장가를 왔는데 그 날밤에 장인을 호랑이가 물어 갔다. 

 처남이 먼저 산으로 호랑이를 따라가면서 매제에게 부탁하기를 자네는 동리사람들을 깨워서 내 뒤를 따라 산으로 오게나 해 서 신랑은 동리사람들을 깨우는데 그는 유식한 사람이라 동리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하여 다니면서 외치기를 "원산지호가( 山之虎)가 자근 산래(自近山來)하야 오인장인(吾人丈人)을 촉거야(促去也)하니 유총자(有銃者)는 지총래(持銃來)하고 유창자(有槍者)는 지창래(持槍 來)하고 무총무창자(無銃無槍者)는 개지(皆持)몽둥이하고 속속래(速速來)하라"하였다. 

 이를 번역하면 "먼 산 호랑이가 가까운 산으로부터 와서 나의 장인을 잡아갔으니 총이 있는 사람은 총을 가지고 오고 창 이 있는 이는 창을 가지고 오되 총도 없고 창도 없는 이는 몽둥이를 가지고 빨리 빨리 오라"했으면 될 것을 유식하게 말하니 농촌에 서 글도 배우지 아니한 사람들이 그 유식한 말을 어떻게 알아들으랴 결국은 일을 그르치고 말았으니 유식이 무식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언 저자는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라"하였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당하게 말함이 효과 적일 것이다. 무조건 유식하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하면 차라리 모르는 사람만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은 상대에게 맞추 어 주는 면도 있어야 배려하는 미덕인데 그렇지 못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교만하여 손해보는 것 보다 겸손하여 유익을 얻는 것이 낫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처신하여 자신에게도 유익하고 남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며 호감을 사는 일은 처세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지식은 사람을 무시하는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어느 철학박사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사공에게 사공 철학을 아는 가? 사공은 제가 어떻게 철학을 아는가요 그 때 철학박사는 사공에게 말하기를 철학도 모르면서 사나 사공은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하 였다. 그래서 그는 화가 나서 강 복판에서 배를 뒤집었다. 그 때 철학박사는 철학은 알지만 헤엄칠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살려달라 고 애원할 때 사공이 말하기를 수영할 줄 아는가? 모릅니다. 수영도 못하는 것이 사나 사람은 나름대로 살아가기로 되었는데 약간 배 웠다고 못 배운 사람을 무시해서는 아니 되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교만이 물러가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되며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여인이 예수께 와서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주 께 부어 드렸다. 옥 합이 깨질 때 향기로운 냄새가 나듯이 사람은 자아(自我)가 깨져야 사람 냄새가 나는 법이고 향기로운 냄새 가 나야 사람들이 따르지 교만의 악취가 풍기면 사람들이나를 멀리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래서 바울사도는 나는 날마 다 죽노라 하였고 나를 쳐서 복종시킨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쥐꼬리만한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교만하지 말고 나를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소서 하고 자아(自我)를 죽일 때 향취가 나서 사람들이나를 따를 것이며 존경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아는 것은 좋지만 아는 것을 무기로 하여 사람을 무시하거나 괴롭히거나 손해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며 만약에 그렇 게 한다면 지식으로 인하여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배워서 남에게 유익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의학을 배워 서 병든 자를 위하여 의술을 베풀어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주고 정신적인 고통을 덜어주며 많은 학문을 배워서 무식하여 고통 하는 이들 을 도와주어야 지식으로 인하여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배운 지식으로 못 배운 사람들의 등이나 쳐먹고 사기나 치고 공문서 위조나 하고 여권위조나 하며 남의 재산이나 자기의 재산으로 등기해놓는 이런 못된 짓만 골라서 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지식인이 될 것이다. 

 사람은 배우면 배우지 못한 자들에게 유익을 주고 부자이면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어야 하며 건강하면 병약자들을 돕는 위대 한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지식이나 재산이나 건강을 헛되이 낭비하는 차원을 넘어서 남용하는 꼴이 되어 결국에 는 원망과 욕설과 저주를 받을 것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기에 그러므로 지식이나 건강과 재물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역사 에 한 쪽을 남겨놓고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