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노동자    
이윤근 목사(의성교회)  
언제부터 교회가 직장으로 변했고 목사는 노동자가 되어 성도들을 슬프게 하고 있는가?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고 하지만 교회가 이 정도로 타락했다는 말인가? 이러고도 한국 교회가 사명을 다한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을 복음의 나라로 만들겠는가? 니느웨 성민들과 같은 회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건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사람들이 구속받아 모여서 예배하는 거룩한 모임을 말한다. 

그러므로 무엇을 기대하고 모이는 무리들이 아니고 예배라는 행위도 무엇을 받겠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며 오직 나를 구원하신 주를 찬양하고 주께 경배를 드리며 감사와 찬송을 드리기 위한 모임이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기록하기를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고 했다(롬 12:1). 

여기에서 몸은 온 인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너희 몸은 너희 자신’을 뜻하며 우리의 인격 전체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성도들은 자신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란 무엇인가? 이는 예배하는 자들이 하나님께 전 인격적으로 우리의 몸과 삶의 전체를 드리는 것이다. 즉 우리의 생애를 통해 계속적으로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일에 힘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산 제사는 구약시대의 동물 제사처럼 다른 존재로써 드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아있는 자기 자신을 드리라는 것이며 또한 지역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제사로서 살아 움직이며 생활하는 자체로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다(약 2:22). 

그런데 지금에 와서 교회를 월급 받는 직장으로 생각하고 목사는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자처하고 나섰으니 이래도 주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내적 소명을 받아 신학교를 갔으며 그리고 외적 소명에 의해 사명감을 가지고 교회를 맡아 주의 일에 자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볼 때 교회는 그 사명을 잃어 버렸고, 목회자들은 사명의식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넘어 노동자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에 불만을 품은 자들은 교회는 상업화되고 목회자는 직업화됐다고 하면서 목사는 더 이상 존경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와 같은 소리를 듣도록 원인을 제공하는 한 것은 목회자 세습 문제라든지 부도덕한 일들이라든지 계속 터지고 있는 온갖 추한 사건·사고들이다.  

지금 상황은 주님께서 십자가 지고 죽으셨을 때 십자가 밑에 군병들이 주님의 죽으심은 안중에도 없고 그의 죽으심으로 옷을 나누고 서로 가지려고 제비를 뽑는 추한 모습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주의 죽으심을 깊이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행동은 절대로 할 수 없다. 군병들은 예수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죽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그들은 오직 옷만 취하려는데 목적이 있었을 뿐이다. 

기독교는 본래 영적이고 종말론적인 신앙 공동체였는데,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집단이 되어 버렸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전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정치화·세력화·물질화하고 있다. 기독교는 공산주의처럼 사회 계급의 갈등과 싸움을 조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본래 화해와 화평의 종교였는데,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나머지 이념적인 갈등과 증오와 대결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부터 분명하게 정립하지 않으면 갈등과 대립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신앙생활이 인간의 욕구불만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수단과 방법정도로만 치부된다면, 그런 인간들만 모이는 수준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며 갈등과 반목과 불화는 영원히 종식되지 아니할 것이다. 

물론 어거스틴을 비롯한 우리의 신앙 선배들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전이지만 하나님의 도성과 동일시 할 수 없는 과도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어떠한 기독교화 된 정치 사회 조직도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지상교회를 천상교회와 같이 동일시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께서 불러낸 무리들인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에 사회단체와는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교회는 정치단체가 아니고 경제단체도 아니며 노동단체도 아니다. 그리고 빈부의 격차를 타파하자는 사회주의 단체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교회가 노동단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가? 이는 교회가 세속화됐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교회는 신령한 은혜의 단체가 되어야 하고 목회자들이나 장로들은 섬기며 봉사하는 자들이 되어야지 군림하는 자들이 되면 이미 교회의 기능은 상실한 것이다. 섬기는 자들이라면 교회를 직장으로 생각하고 목사들이 노동자로 자처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하루속히 한국 교회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목회자들은 사명의식을 재정립하여 죽도록 충성하는 일 외에는 아무런 잡음이 없어야 한다.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