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과 교회의 정체성  

백금산 목사(예수가족교회) 
 
요절말씀:“주여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눅11:1)

유대인들은 기도의 민족이었다. 유대인들은 보통 아침, 오후, 저녁 하루 세 번 규칙적으로 기도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처럼 어릴 때부터 하루에 3번씩 늘 기도 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라고 했을까? 예수님 당시 유대사회에는 바리새파, 사두개파 등 여러 종파들이 있었다. 각 종파의 기도문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각 단체의 회칙이나 비전 선언문과 같은 성격의 것이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한 것은 예수님의 제자들도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주기도문은 개인 경건 차원의 기도문이 아니다. 주기도문은 교회라고 하는 예수님의 공동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교회로서의 분명한 정체성과 사명의 핵심을 담아놓은 교회의 비전선언문이자 사명선언문인 셈이다. 

연초가 되면 많은 교회들이 새로운 한 해의 교회 목표와 방향을 표어로 정해서 교회당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한다. 사실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해마다 새롭게 교회의 목적과 방향을 정할 필요가 없다.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은 이미 주기도문을 통해 정해졌다. 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추구해야 할 목표와 방향을 주기도문으로 하면 된다. 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체다. 이 일을 위해 일용할 양식과 죄용서와 사탄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다. 주기도문은 교회 공동체의 비전과 사명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교회가 추구해야 할 바른 방향을 가르쳐주는 표지판이다. 교회가 주기도문의 정신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면 세속화되었다는 증거다. 교회의 개혁은 무엇인가? 주기도문의 정신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중심적인 삶을 하나님 중심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이다. 교회의 부흥이 무엇인가? 주기도문의 정신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하늘로부터 공급받아 주기도문의 내용처럼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기도문! 묵상하면 할수록, 연구하면 할수록 오늘 우리 교회가 교회답게 되기 위해 오늘 우리 시대 교회에 가장 절실한 기도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신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