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에 나타난 저주 및 복수 바른 이해

기독교를 흔히 사랑의 종교라고 부름에도 불구하고, 시편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 저주를 내릴 것을 간청하며 원수에 대해 하나님께서 복수해 주실 것을 간구하는 내용들이 쉽게 발견됩니다(시55·59·69·79·109·137편). 이 구절들은 언뜻 보기에는 신약 성경의 정신(눅6:26·롬12:14·약3:10)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단순한 저주나 복수가 아닌 보다 깊은 영적 의미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시편에 묘사된 저주와 복수는 이를 금한 성경 구절에 나오는 사사로운 혐오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하나님의 공의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습니다. 많은 비판시와 저주시를 남긴 다윗은 개인적으로는 대적들을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다니는 사울의 목숨까지도 살려주는 등 원수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공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적합한 보응이 악인들 위에 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2. 저주와 복수의 간구는 궁극적으로 인간 스스로 악을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심판자이신 하나님께 그 징벌권을 맡기는 행위입니다.

3. 저주와 복수의 간구는 시편 외에도 신구약성경 여러 곳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예레미야의 기도 가운데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으며(렘11장), 제자들에게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도시를 저주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마11:22)과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 저주를 선포했던 바울의 말이 그런 것입니다(고전16:22).

이처럼 사적 감정 차원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방해하는 자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간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해야 하는 신앙원리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