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기독교교육 


손원영 교수(서울기독대학교, 기독교교육학)


I. 들어가는 말 

  대학의 강의실에서 나는 '영성적 실천'(spiritual&nbsppraxis)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또 수업을 마 친다. 예를 들어, 지난 어느 수업시간에 출애굽기&nbsp3:&nbsp1-5를&nbsp70명의 신학생들과 함 께 읽으면서 수업을 시작한 바 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 으라"(출3:5). 성서의 말씀을 읽고 간단히 그 의미를 설명한 뒤, 필자는 학생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여러분, 여러분 이 공부하기 위해 오늘 앉아있는 이 자리는 어떤 땅입니까? 맞습니다. 거룩한 땅입니다 (This&nbspis&nbspholy&nbspground). 모세가 거룩한 하나님의 전에서 신을 벗었듯 이, 자 우리도 다함께 신을 벗읍시다." 이렇게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는 교실이야말로 초월자이신 하나님을 배울 수 있는 거룩한 곳임 을 느꼈을 때, 우리 모두는 신을 벗고&nbsp3시간동안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내가 위와 같은 성서말씀의 실천과 노래, 기도 혹은 다양한 형태의 영성적 프락시스와 함께 수업을 시작할 때, 주 입식교육에 익숙한 많은 학생들은 어색해하고 심지어 거부감을 갖는 학생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영성적 프락시스' 로 시작하는 나의 수업은 많은 학생들의 호응과 격려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기독교교 육학을 연구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있어서 영성은 이제 기독교교육의 본질과 관계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음을 모 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교육과 영성"의 문제를 함께 숙고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 것이 다. 
  
II. 영성에 관한 최근 연구동향

  '영성'이란 말은 최근 우리 사회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다. 심지어 이것은 미국의 경우, 년간&nbsp10억달러 의 상품가치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성과 관련된 베스트셀러 도서로부터&nbspCD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성의 영향력 은 대단하다. 또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새로운&nbsp3천년대에 가장 중시해야할 단어로서 '공동체'(community), ' 여성성'(femininity), '치유'(healing)와 함께 '영성'(spirituality)를 들고 있다. 이처럼 영성에 대 한 회자(膾炙)는 당분간 기독교인을 비롯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논의의 이슈가 될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회자되는 영성의 개념은 그 사용자의 학문적 배경과 관심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애매모호한 용어이다. 왜냐하면 '영 성'과 '비(非)영성'을 구별하는 경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도 역사적 변화의 과정에서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기 때문이 다. 예를 들어, 구약에서 영성은 "영과 육의 합일체로서의 인간이 하나님과 갖는 교제"(박준서,&nbsp1989)를 의미하 고, 신약에서는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는 삶"(Schneiders,&nbsp1989)을 의미했다. 그리 고&nbsp12세기에 이르러서 영성은 '육적인 것'과 대립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nbsp17세기에는 기독교인 의 내적인 삶에 관한 것으로서, '경건' 혹은 '헌신'과 동의어로 사용되었던 것이다(Conn,&nbsp1993).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애매모호한 영성의 개념을 현대적 의미로 명료화하여 그 개념을 재구성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 다. 강희천은 이러한 제 접근들을 일컬어 "영성에 대한 현대적 이해"라 이름하면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유형으로 그 연구동향 을 분류하고 있다: 총체적-경험적 접근, 삶의 구조변화를 위한 실제적 접근, 발달이론적 접근, 사회정의를 위한 해방적 접근이 그것 이다(강희천,&nbsp1999).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총체적-경험적 접근은 홈즈(Urban&nbspHomes)의 설명에서 나타나듯이 (Homes,&nbsp1982), 영성을 ① 관계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보편적 개방성 및 잠재능력, ② 인간의 감각능력을 초 월하는 존재에 의해 겪게 되는 초월적 경험, 그리고 ③ 그 초월적 경험에 대한 기다림이나 신뢰같은 고양된 의식으로서 역사 속에 서 형성되고 실현되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둘째, 삶의 구조변화를 위한 실제적 접근은 워랜(Michael&nbspWarren)의 주장에 반영되어 있다 (Warren,&nbsp1988). 이 접근은 영성의 개념을 인간의 '삶의 방식'에 가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제적 인 삶의 구조'(life&nbspstructure)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 접근은 영성에 대한 주요한 논의를 인간이 영성 을 지닐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 자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과연 어떠한 유형의 영성을 실제적으로 지녀야 하는지에 관심해 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삶으로 나타나는 영성'을 강조한다.  
  셋째, 발달이론적 접근은 리이안(Constance&nbspLeean,&nbsp1988)의 주장 속에서 찾 아볼 수 있는데, 그는 인생의 여정에서 표출되는 영성의 개념을 중시한다. 그래서 이 접근은 영성의 이해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어 야 할 항목으로 "개인적인가 혹은 집단적인가?" "거룩한 것인가 혹은 세속적인가?"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하면 서, 영성을 신비적 차원이나 신학적 영역으로 축소시키지 않고 모든 신앙인들이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감지하도록 하는 '관심 과 의식의 확장'으로 이해한다. 특히 이 접근은 영성을 특정의 신비적 행위보다는 인간의 삶 속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모습들(각성 의 계기, 전개, 변화, 지속, 형성 및 변형 등)이 포함되는 의미에서 영적 성숙, 곧 내면화된 종교적 관습의 지속과 변화 사이 의 상충이나 내면적 갈등 현상을 비판적 성찰에 의해 지속적으로 통합하려는 자아초월적 행위요 자아책임적 성인으로의 성장과정으로 본 다. 
  넷째, 사회정의를 위한 해방적 접근은 영성의 개념을 사회정의의 실현과정과 연계시켜 이해하는 입장이다 (Gutierrez,&nbsp1984&nbspConn,&nbsp1993). 특히 이 접근은 성과 속의 구분 을 반대하면서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하여 약자와의 연대와 정의의 실천을 영성의 핵심으로 이해한다. 특히 이 접 근은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과 여성신학에 반영되어 있는데, 이 영성의 특징은 인종, 성별, 계층, 거주 지역의 차이와 관계없 이 모든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것으로 확대시켜 해석하고 있다(강희 천,&nbsp1999,&nbsppp.&nbsp211-230). 
  결국 이러한 영성을 이해하기 위한 현대적 제 접근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영성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서 형성되는 관계성을 총칭한다. 둘째, 인간은 이 관계맺음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해 간다. 셋째, 이 관계성은 삶 전체를 통해 전개 되며, 인간의 발달단계와도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넷째, 이 과정은 인지-정서적 차원에서는 하나님의 창조섭리, 예수 그리스도 의 삶, 그리고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은혜 등에 대한 깊은 명상과 관상 등을 통해 진행되며, 행동적 차원에서는 평화와 정의를 실 천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다섯째, 과거 기독교 전통에서 부정적으로 간주했던 현재의 세계와 삶, 그리고 인간의 육체를 긍정적으로 평 가한다. 따라서 이와같은 현대 영성의 이해와 그 특징들은 기독교교육을 위한 중요한 원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III. 기독교교육을 위한 영성의 원리

1. 기독교교육학과 영성 

  앞에서 살핀 학문 공동체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영성'에 대한 현대적 이해는 단순히 시대적 유행에 기인한 논의를 넘어 서, 학문공동체의 '자기정체성'(self-identity)을 찾으려는 근본적인 질문과 관계된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영성 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단순히 '영성'이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기 보다, 오히려 학문하는 자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 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성은 학문을 연구하기 이전에 학자의 삶의 자세에 관한 물음이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의 삶 자체에 관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대적 이해를 앞서는 삶의 원리로서 먼저 영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들어, 현대철학의 경우 그 탐구주제의 영역에서 영성에 대한 논의는 아주 낯선 것이었지만, 영성의 논의와 함께 학문하 는 근본이유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진술하면, '영성'과 관련된 철학적 논의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사유 를 넘어서는 초월적 질문을 포함하고 있음으로 '합리적 이성'과 '객관적 지식'을 중시하는 현대철학의 측면에서 볼 때, 그것은 논리 적 모순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합리적 이성'과 '객관성'의 신화가 인류에게 행복 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악을 옹호하거나 그것을 방치하는 왜곡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철학자들은 "철학한다는 것은 근 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은 "철학한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영성'과 관련되어 있는 근본적인 질문 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프랑스의 고전철학자 삐에르 해도(Pierre&nbspHadot)는 현대 인에게 있어서 철학한다는 것은 언어를 분석하거나 합리적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 철학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아니라, "삶의 방식" (way&nbspof&nbsplife)으로서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철학한다는 것은 단순 히 어떤 사물에 대한 추상화작업이 아니라 '영적인 작업'이요 동시에 '영성 훈련 '(spiritual&nbspexercise)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Pierre&nbspHadot,&nbsp1995). 이와같이 신학 뿐만 아니라 철학을 포함한 현대의 모든 학문 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스스로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냐하 면 해도의 주장대로 모든 학문의 기초에는 영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성'에 대한 담론은 기독교교육학과 관계된 학문공동체 구성원에게 뿐만 아니라 기독교교육의 실천 에 종사하는 현장의 교육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달리말해 기독교교육과 관련된 '영성'의 논의는 단순히 '영성의 형성'을 가 능케하는 방법(techne)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교육을 연구 및 실천하는 그 근본 이유'를 묻 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교육학을 연구하든, 혹은 기독교교육을 현장에서 실천하든, 영성의 원리에 따라 그 근본 이유를 질문할 필요 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교육을 위한 영성적 접근을 고찰하기 위해, 그 근거로써 영성에 대한 현대적 이해를 토대로 그 원리 를 추론해보고자 한다. 

2. 영성의 원리 
  
  위에서 고찰한 현대 영성의 이해를 위한 제 접근들은 기독교적 앎과 기독교적 삶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려는 기독교교육을 위 해 유용한 영성적 원리들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위의 접근들을 기초로 하여 영성적 원리를 다음과 같이 네 가 지로 진술하고자 한다. 첫째, 영성의 원리는 통전성의 원리(principle&nbspof&nbspintegrity) 이다. 강희천은 위의 제 접근들을 일컬어 한마디로 '통전적 접근'(강희 천,&nbsp1999,&nbspp.&nbsp230)이라고 제안하였던 것처럼, 현대 영성의 이해는 '통합성 ' 혹은 '통전성'(wohleness)의 원리를 지시하고 있다. 현대의 영성 이해는 인간을 '영'과 '육'으로 이분하기 보다 영 과 육의 통전적 존재라는 인간이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과 인간의 영적인 일치(communion),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과 하 나님 그리고 자연 및 우주와 연합하는 원리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영성의 원리는 주체와 객체를 이분화한 뒤, 주체에 의한 객체 의 지배나 파괴를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양 주체 사이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연합을 지향하는 통전성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런 점에 서 영성에 기초한 기독교교육은 인간의 인지적·정의적·행동적 측면을 통합하는 교육임을 의미하고,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자연과 우주 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었음을 교육하는 것이다. 
  둘째, 현대 영성의 이해에 근거한 영성의 원리는 성례전성의 원리 (principle&nbspof&nbspsacramentality)이다. 영성의 개념을 연구하는 제 접근들은 공통적 으로 영성을 초월성과 관계시키면서, 그 초월성을 이 세상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달리 말해 현대의 영성은 '성례전성 '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서 성례전성이란 본래 '성례'(sacramentum)의 용어가 지시하는 의미를 함축한 용어로서, "세속적 인 것과 신성한 것을 함께 연결하며, 인간의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를 한데 묶는 신비스러운 특정의 의미"(강희 천,&nbsp1999)를 내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영성의 이해가 제시하는 성례전성의 원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사태 들이 '신비스러운 하나님'을 지향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물과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초월을 경험하는 거룩한 사건 이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모든 경험들과 일상적 삶들은 신비스러운 하나님을 지시하는 '상징체제' 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성에 기초한 기독교교육은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 곧 교사와 학습자, 학부모와 행정가 등 의 일상적 경험들이 초월을 지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과 불, 공기와 흙같은 자연 자체가 가장 의미있는 학습교재임을 의미한 다. 
  셋째, 현대 영성에의 접근들은 프락시스의 원리(principle&nbspof&nbsppraxis)를 암시 하고 있다. 여기서 '프락시스'(praxis)란 단순히 어떤 이론을 응용하여 실행(practice)하는 도구적 실천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라, 비판적 성찰(critical&nbspreflection)을 포함하는 바른 실천을 뜻한다. 따라서 현대 영성 의 이해는 이러한 프락시스의 원리에 근거하여, 영성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기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구체적 인 기도행위 및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역으로 진술하면, 만약 어떤 신앙인이 비판적 성찰이 없이 단순히 묵상이나 관 상 등 기도모임에 참여하거나 선행을 실천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자신의 부정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값싼 실천 '(cheap&nbsppraxis)에 불과한 것이다. 동시에 영성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자신에 대한 성찰 에 머물 경우, 영성은 더 이상 영성의 능력을 상실한 채 하나의 심리요법으로 축소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락시스의 원리'에 근거 한 기독교교육은 냉정하고 고요하게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변혁시키기 위해 세상을 감시하 고 또 그 일에 동의하는 공동체들과 '연대'(solidarity)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넷째, 현대 영성에의 접근들은 잉여성의 원리(principle&nbspof&nbspmoreness)를 전 제하고 있다. 여기서 '잉여성'이란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을 넘어서는 초월 혹은 성숙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휴브너 (Dwayne&nbspHuebner)가 주장한 것처럼, '교육'(education)의 라틴어 어원 (ducare, 'to&nbsplead'&nbspex, 'out')이 지시하고 있듯이 교육은 "이끌어내지는 것"인 데, 그 이끌어냄은 단순히 마굿간에서 말을 강제로 이끌어내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초월적인 원천인 타자성 (otherness)에 의해 이끌어내지는 것"을 의미한다 (Huebner,&nbsp1985,&nbspp.&nbsp463). 그래서 '잉여성'의 원리에 근거한 기독교교 육은 영원한 타자인 하나님과 우리에게 낯선 다양한 타자들에 의해 현재 자신의 모습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항상 지향하게 된다. 이 런 의미에서 기독교교육은 어느 한 순간에 멈추는 사건이 아니라 평생동안 진행되어야 하는 평생교육의 한 형태이어야 함을 암시해준 다. 뿐만 아니라 잉여성의 원리는 '타자성'의 원리로 진술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넘어서 새로운 잉여의 상태 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항상 낯선 타자와 대면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란 행위는 항상 낯선 타자와의 만남 이다. 낯선 교사와 학습자의 만남, 낯선 지식과의 끊임없는 만남, 그리고 낯선 교육환경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이러한 낯선 타자와 의 만남을 통해 모든 교육참여자는 성숙해지는 자신의 잉여성을 발견하게 되고, 초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성의 원리 에 근거한 기독교교육은 낯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존재의 잉여를 지향하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IV. 기독교교육의 영성적 접근

  필자는 앞에서 진술한 네 가지 영성의 원리를 기독교교육을 위한 '영성적 접근 '(spiritual&nbspapproach)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영성적 접근에 따라 기독교교육의 근본적인 질 문을 그 구체적인 범주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버쥐스가 주장한 것처럼, 효과적인 교육이론과 실천을 위한 범주는 다 음 여섯 가지로 설정될 수 있다: 목적/목표, 내용, 교사, 학생, 환경, 평가(Burgess,&nbsp1975). 이러 한 분류의 정당성은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기독교교육의 이해 범주를 ① 목적/목표와 평가, ② 내용, ③ 교사-학생, 그리 고 ④ 환경으로 구분한 뒤, 영성적 접근에 의해 기독교교육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근본적 질문을 숙고해 보고자 한다. 

1.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와 평가

  기독교교육의 목적과 목표는 교육을 수행함에 있어서 하나의 나침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기억할 것 은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는 일이다. 목적은 보다 궁극적으로 성취되어야할 이상이라면, 목표는 단기적으로 그 성취도가 측정될 수 있 는 것이다. 예컨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예수의 제자가 지닐 수 있는 구체적인 도덕적, 정서적 수준은 목표가 된 다. 따라서 영성적 접근은 이러한 목적/목표를 결정함에 있어서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진술하 면, 영성적 접근에 근거한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의 설정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첫째, 기독교교육의 목적/목 표가 통전적인 인간성과 함께 '하나님-인간-우주의 전체성'을 지향하고 있는가?, 둘째,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는 얼마나 일상적 인 삶을 거룩한 소재로 간주하여 목표로서 제시하고 있는가? 셋째,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는 과거의 전통과 실천에 대해 비판적 성찰 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 명료하게 진술하고 있는가? 넷째,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는 과거 의 성취수준보다 얼마나 더 성숙 및 발달을 지향하도록 구체적으로 진술되고 있는가? 그리고 목적과 목표가 얼마나 낯선 타자성을 함축 하고 있는가? 영성적 접근에 의한 기독교교육은 이상과 같은 질문에 의해 기독교교육의 목적/목표를 진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목적/목표는 구체적으로 그 성취정도가 평가되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영성적 접근은 그 평가의 준거가 무 엇인지를 제시하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목표분류학 (taxonomy&nbspof&nbspeducational&nbspobejectives)에서 제시하는 목표 의 평가기준은 인지적-정의적-행동적 차원으로 제한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영성적 원리가 추가된다면 평가준거를 마련하는데 보 다 통전적인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통전성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계량적 평가 뿐만 아니라 현상학적인 질적 평가방법도 병행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평가를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례전성의 원리는 평가의 영역중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 던 학습환경 및 교수기자재에 대한 평가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다. 평가에 대한 프락시스의 원리는 기독교교육의 평가가 교실 내에서 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포괄하는 보다 영속적인 평가이다. 비록 프락시스의 원리에 의한 평가가 단기적인 평가보다 장기적 인 평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평가방법을 찾는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삶 자체를 평가의 영역에 포함시킴으로써, "기독교적 앎과 기독 교적 삶"을 의도적으로 연결하려는 기독교교육의 본질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잉여성의 원리가 평가에 적용될 경 우, 학습자의 성숙도 뿐만 아니라 교육내용 자체가 얼마나 '낯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 다. 

2. 기독교교육의 내용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교육과정(curriculum) 및 수업(instruction)과 관계된다.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은 무 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였고, 수업은 교수-학습과정을 통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다수의 현대 교육학자들은 교 육과정의 논의가 단순히 가르칠 내용(what)만을 문제삼거나, 혹은 수업이 가르칠 방법(how)만을 문제삼는다고 보지 않는다. 오 히려 그들은 교육과정과 수업을 이분화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 양자 사이의 일치 혹은 유기적 연계성을 중시하고 있다. 달리 말 해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함께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성적 접근은 기독교교육의 내용에 어떠한 시사점 을 줄 수 있을까? 필자는 앞에서 진술한 영성의 원리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통전성의 원리에 따라 수업계획(plan)으로서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과정으로서의 수업의 상호 유기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교육과정과 수업이 이분화될 경우,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은 수업계획을 사전에 설계 하는 교육과정 전문가의 중요성만을 절대시한 나머지 교육현장의 교사는 단순히 교육과정 전문가가 선정한 교육내용을 학생에게 전달하 는 교육전문가의 종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통합성의 원리에 따라 교육과정과 수업 사이의 유기적 통합을 중시함으로써, 기 독교교육은 교육전문가와 교육실천가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그 깊이가 증진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성례전성의 원리에 의해 교육방법이 단순히 도구적 의미의 교수법(techne)으로 축소되지 않 는다. 달리 말해 교육을 위해 선정된 내용뿐만 아니라 방법 자체도 중요한 교육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media&nbspis&nbspmessage). 예컨대 음성언어와 멀티미디어는 각각 그 톡특한 신뢰와 설득의 메시 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영성적 접근에 의한 기독교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상징적 자료들을 개발하는 것이 교육내용 선정시 중 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일이다. 
  셋째,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프락시스의 원리에 의해 비판적 성찰과 구체적인 바른 실천(orthopraxis)의 내용을 담 고 있어야 한다. 비판적 성찰의 대상은 인간의 경험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전통을 포함한다. 교육에 참여한 자들이 경험한 다양한 형 태의 실천들과 정당하다고 인정되어온 전통 속에 왜곡된 의식이 포함되지 못하도록 그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 고 그 토대 위에서 기독교적 바른 삶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넷째, 잉여성의 원리에 의해 선정·조직 및 의사소통되는 기독교교육의 내용은 낯선 나그네(strangers)가 가 까운 친구로 변화되듯이 낯선 내용과 친숙한 내용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낯선 나그네는 우리에게 항상 위험부담이 있 는 존재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독교적 사랑"은 낯선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것임을 전제로 할 때, 기독교교육의 내용 은 지금까지 낯선 내용의 범위를 선정하여 그것을 포함시키는 용기와 진정한 사랑이 요구된다.   

3. 기독교교육의 교사와 학생 

  기독교교육에 있어서 교사와 학생은 교육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주체들이다. 이들에 영성적 접근을 적용할 경우, 다음 네가지 의 특징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기독교교육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영적 순례의 파트너로서 '관계성'을 맺게된다. 전통적 인 교육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우위만을 강조하지만, 영성적 접근은 '통전성의 원리'에 의해 서로를 통해 배우고 가르치는 순례의 파 트너이다. 이런 점에서 그룸이 기독교 교사를 일컬어 "앞선 학습자"(leading&nbsplearner)라고 이름한 것 은 적절한 표현이다(Groome,&nbsp1991,&nbspp.&nbsp449). 둘째, 기독교교육에 있어 서 교사와 학생은 모두 서로에게 있어서 '성례전적 존재'(sacramental&nbspbeing)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영 원한 존재 곧 초월자이신 하나님을 향해 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하는 영적인 스승 (spiritual&nbspmentor)이고, 학생은 교사로 하여금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존재"(단 12:&nbsp3)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영적인 동반자(spiritual&nbspcompany)이다. 셋 째, 기독교교육의 교사와 학생은 자신의 '역할'(role)을 충실히 프락시스(praxis)함으로써, 자신의 정체감을 잃지 않는 다. 비록 교사와 학생이 영적인 순례의 파트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은 그 역할에 있어서 구별된다. 따라서 자신 의 정해진 역할을 항상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함으로써 교사는 비로소 참 교사가 되고, 학생은 참 학생이 될 수 있다. 넷째, 기 독교교육에 있어서 교사와 학생은 처음에 서로 낯선 자로 만난다. 그러나 '잉여성' 곧 '타자성'의 원리에 의해 교사와 학생은 서로 에게 자신을 개방하고 또 환대(hospitality)함으로써 가까운 친구가 된다. 특히 '환대'라는 라틴어의 'hospes'는 ' 주인'(host)과 '손님'(guest)이 하나(oneness)가 된다는 의미이다 (Palmer,&nbsp1991,&nbspp.&nbsp69). 이런 점에서 볼 때, 기독교교육에서 교사와 학 생은 비록 낯선 타자로 만나지만, 서로를 환대하는 가운데 하나가 됨으로써, '초월'을 경험하는 잉여의 영성을 갖게된다.   
4. 기독교교육의 환경 

  일반적으로 기독교교육의 환경은 기독교교육이 실천되는 공간적 현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독교교육은 가정과 학교, 교회 와 다양한 신앙공동체, 그리고 사회를 그 중요한 교육의 현장으로 간주하여 왔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필자는 영성적 접근에 따라 기 독교교육의 환경을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교육의 환경은 통전성과 잉여성의 원리에 의해 공간적 환경 뿐만 아 니라 시간적 환경도 중시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기독교교육이 발생하는 공간의 다원화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기독 교교육은 거의 주일학교 혹은 교회교육과 동일시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기독교교육의 환경은 통합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주일학교 을 넘어서 사회교육 및 평생교육, 그리고 일반 학교교육까지 그 환경을 문제삼아야 한다. 동시에 영성적 접근에 의한 기독교교육의 환 경은 잉여성의 원리에 따른 시간적 특성, 곧 낯선 타자를 기쁨으로 맞이하는 환대와 축하, 그리고 친절과 봉사같은 기독교적 분위기 를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그룸이 기독교교육의 환경으로 제시한&nbsp3R(존경, 책임성, 경 외:&nbspRespect,&nbspResponsibility,&nbspReverence)은 기독교적 분위기 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Groome,&nbsp1998,&nbsppp.&nbsp354-356). 둘째, 기독교교육의 환경은 성례전성 의 원리와 프락시스의 원리에 의해 가정과 학교, 교회와 사회 등의 구조적 환경 뿐만 아니라 그 환경을 떠받치고 있는 '지구 '(earth) 자체를 신성한 교육환경의 원천으로 간주한다(Moore,&nbsp1998). 특히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적인 원소인 '물'과 '불', '공기'과 '흙'은 성례전성을 지닌 교육환경의 원천이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는 나만장군이 목욕했 고 또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세례받기 위해 사용된 '물'과, 모세가 보았던 떨기나무의 '불'과, 예수께서 승천하시고 또 그 곳으로부 터 다시 오실 '하늘,' 그리고 예수께서 병자를 고칠 때 침을 발라 사용하신 '흙'은 거룩한 기독교교육의 환경이 된다. 그리고 이 러한 물과 불, 공기와 흙이 고통당하는 현재의 지구적 상황에서, 기독교교육은 프락시스의 원리에 따라 '고통당하는 지구와의 연대 '(solidarity&nbspwith&nbspthe&nbspwictimed&nbspearth)를 구 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V. 나오는 말

  기독교교육에서 영성을 논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하나님과 연합하는 삶'으로서의 영성을 고양시키 기 위해, '영성훈련' 내지 '영성교육'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둘째는 '영성'의 개념이 지시하는 의미들을 하나 의 원리로 하여, 기독교교육에 활용함으로써 '기독교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분으로 볼 때, 본 글은 후 자의 입장에 서서 기독교교육과 영성의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현재 영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거의 전자에 제한된 점을 아쉽게 생각 하면서, 기독교교육의 본질 자체에 대한 후속적인 논의와 실천이 요망된다. 그래서 기독교교육에 대한 영성적 접근을 통해 연구자와 실 천자 모두가 통전성과 성례전성, 프락시스와 잉여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기독교교육이 보다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 해 본다. 


참고문헌 

강희천, [기독교교육의 비판적 성찰] (서울: 대한기독교서회,&nbsp1999).
박준서, "구약신앙과 영성," [한국교회와 영성], 한국기독교학회 편 (서울: 강남출판사,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