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호스피스 선교 
김태민 전도사
 
“병에 걸리기 전에는 예수 믿으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어요. 그리고 제 주변엔 항상 교회 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도 저에겐 교 회에 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제가 워낙 강하게 반발했거든요.” 영미씨(가명, 여,&nbsp43)가 기쁨의 집 홀에 있 는 소파에 앉아 혼자 말하듯이 지난 세월을 풀어내었다. 말도 혀가 굳어진 것처럼 한 마디씩 할 수밖에 없고, 걸으려고 해도 자신 도 모르게 빨라지는 걸음 때문에 넘어지기가 일쑤인 영미 씨는 현재 뇌종양 말기로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사는 것이 고달프 고 힘들어 이혼하려던 차에 병에 걸렸다면서 이제 붙잡을 것은 하나님 밖에 없단다. 사람에 치이고 병에 치인 그녀의 유일한 희망 은 하나님이다. 어느 날 그녀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하나님이 낫게 해 주실 것 같다고 기 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지금은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도 없어 침상에만 누워있어 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침상에 앉아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걸까요?...”
말기환자들이 처음 갖게되는 신앙은 대개 자신을 치료해주는 유일한 희망으로서의 선택이 그 동기가 된다. 의사들도 포기하고 어 떠한 의료 적인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는 꺼져 가는 생명을 이제는 마지막으로 ‘절대자’를 의지하는 것을 통해서 다시 일으켜 보 고 싶어하는 실낱같은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말기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쉽게 신앙을 받 아들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기쁨의 집을 거쳐가셨던&nbsp120여명의 환우들중 거의 대부분이 신앙을 받아들이셨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가지게 되는 신앙은 일종의 ‘치료수단’이기 때문에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하나님과 자신에 대 한 절망감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스피스가 추구하는 말기환자들의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것은 환우들의 자신의 죽음 문 제에 대한 적절한 수용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서 끌려가듯이 죽음을 맞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죽음은 단절이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삶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 이다. 그렇다면 말기환우들이 이러한 죽음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신앙을 치료수단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삶으 로 가는 여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호스피스 선교의 목표일 것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선교수단으로서의 호스 피스가 효과만이 아니라 더욱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적인 필요를 제안한다. 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 이기도 하다.

먼저, 의료수준의 문제이다. 말기환자들을 차라리 자살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은 역시 ‘통증’문제이다. 통증이 제대로 해결 이 되지 않으면서 심리적인 문제나 영적인 문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기쁨의 집이 처음 호스피스활동을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신경 을 썼던 부분이 이 적절한 의료진의 확보 및 협조의 문제였다. 호스피스에 관심 있는 의사들과 연계나 협의가 되어 말기환우들의 통증 조절에 필요한 ‘마약성 진통제’ 및 기타 약품들을 즉시, 그리고 적절하게 처방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말기환우들의 통증 은 수시로 변화되어지면서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시처방(PRN) 등의 문제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종사인력의 수준 문제이다. 호스피스은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약과 장비가 있어도 환우들을 돌보 는 종사인력들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목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종사인력들은 주로 간호를 맡 는 간호사와 간병이나 기타 다양한 필요를 채우는 봉사자들, 이에 덧붙여서 목회자나 사회사업가 등의 인력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 쁨의 집에선 간호사와 봉사자들의 질적인 문제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말기환우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 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론 간호와 간병에 관련된 가장 구체적인 기술과 함께 언어, 억양, 표정, 눈높이 등의 세심한 부분 에 이르기까지 훈련되어져야 한다. 더불어서 이들 인력들이 먼저 영적인 상담자가 될 수 있는 신앙적인 소양과 훈련이 되어져야 한 다. 단지 간호사와 봉사자로서만이 아니라, 말기환우들의 친절한 영적 스승이 되어 그들을 천국의 문턱까지 두려움 없이 함께 손잡 고 이끌어주는 마지막 여행의 동반자가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쁨의 집에선 매년 정기적으로 새로운 자원봉사자 의 교육과 함께 기존 봉사자들을 위한 보수교육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간호사들 역시 한달에 한 번 정도 계속 교육을 통 해 자질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우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준비 이다. 기존의 한국의 호스피스 기관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즉, 프로그램이 없다. 많은 환우들이 성경을 보거나 봉사자 들과 대화 나누는 것이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 이상 성경을 볼 수 없거나 봉사자들이 없을 땐 가만히 누워있는 것 외에 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런 시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삶과 죽음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가족과 의 관계의 개선, 기타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환우들의 심리적이 고 영적인 관리는 보통 관련된 봉사자나 관련 목회자의 개인 재량에 맡겨두는 편이다. 따라서, 말기환우들의 궁극적인 삶의 질 문제 를 향상시켜줄 수 있는 심리적, 영적 관리가 종사인력 개인의 신앙성향이나 강조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호스피 스 교육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개선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신앙성향이 단 한번의 교육으로 쉽게 달라질 수 없는 것 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체화된 심리적, 영적 상담, 그리고 시간활용을 위한 매뉴얼이 준비되어야 한다. 필자 도&nbsp2003년도의 개인적인 사역목표를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 잡고 있다. 
네 번째로는 지역교회들에의 협력 부분이다. 호스피스선교는 특성상 생산적인 면과 비생산적인 면을 같이 가지고 있다. 비생산적 이라는 것은 말기 환우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교회의 수적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 이 이런 점 때문에 호스피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고, 호스피스는 일부 ‘사랑이 많은’ 어떤 사람들만이 하는 것으로 치부 한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호스피스만큼 생산적인 선교가 없다. 일단 말기환자 본인이 구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이 함께 전도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쁨의 집에서 소천한 환우들의 가족들 중 많은 수(약&nbsp50%) 가 현재 신앙생활을 하고 있거나 신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호스피스 활동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 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역교회가 봉사자 등의 인력제공과 호스피스기관의 존립문제와 관련된 재정적인 협력을 함 께 할 수 있다면 호스피스 선교는 매우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반면, 교회 밖의 봉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거나 교회성장에 직 접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선교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꺼려하는 등의 자세를 고집하는 한 호스피스 선교의 장기적인 발전은 힘들 것이다.

불과&nbsp10여 년 전만 해도 호스피스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이젠 호스피스에 대한 많은 관심과 기관들이 생겨나 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죽어가는 많은 영혼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님 앞으로 돌아오 고 있다는 반가운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젠 질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 역시 간과 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선교적인 면에서 보면 호스피스 선교는 분명 황금어장임에 틀림없다. 죽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 이다. 이러한 때에 미리 정교한 그물을 준비하는 것은 아마도 미리 기름을 준비했던 다섯 처녀처럼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어쩌면 지 금 우리의 생각보다 더 서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
 
자료제공 : 선교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