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짐의 은총

 

요즘 입만 열면 ‘개혁’ ‘개혁’ 한다. 정치계에서도 그러하고 종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혁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우리에게는 성경에 뿌리를 둔 개혁의 원리가 있고 그에 따른 방법이 있다. 종종 개혁을 부르짖는 자들 중 자신은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성경의 가르침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새로워져야 할 존재다. 이는 성경의 가르침이다.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했다. 나 자신부터 새로워지지 않는 개혁은 성경적일 수 없다. 선지자들이 백성들의 죄를 지적할 경우가 있었을 때, 비록 그들이 하나님의 대언자들로서 담대히 죄를 지적하긴 했었지만, 그들 역시 다시금 백성의 자리로 내려와 백성과 함께 통회한 것을 기억한다.


나를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나를 개혁의 원리로 생각하는 일이다. 인간과 인간의 사상체계는 그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개혁의 원리나 준거가 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개혁의 궁극적 원리이며 규범이다. 그 앞에 인간의 모든 일들은 다 상대화된다. 되어도 좋고 안되어도 좋은 그러한 성질의 일이 아니다. 마땅히 되어야만 한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 우리의 주시며 머리이시고 왕이시므로 그의 말씀만이 궁극적인 권위를 지니는 것이다. 갱신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다. 그것은 사도와 선지자들의 입을 통해 선포되었으며, 오늘날은 교회의 강단을 통해 선포되어진다. 복음만이 날마다의 삶에서 우리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그런데 이 복음에 능력을 나타내시는 이는 성령이시다. 성령께서 우리의 귀와 마음을 복음으로 여셔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스스로는 결코 개혁의 주체일 수 없다. 개혁의 주체는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이실 수밖에 없다. 인간은 단지 그의 섭리 속에 기용되는 자일뿐이다. 아무리 위대한 개혁의 인물로 추앙 받는 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인간을 높이는 일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지나치게 인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킨다.

이렇게 볼 때 교회의 갱신이란 결코 몇몇 교회 행정가들에 의해 주도되어 물리적으로 이루어질 성질의 일이 아니다. 위로부터 주어지는 초월적인 역사에 의해 온 회중의 영적인 눈과 영적 감수성이 열려져야 한다. 이 점은 성경과 역사가 보여 주는 진리다. 기독교 역사 가운데 일어났던 모든 갱신의 운동들을 보라. 온 회중적인 회개운동이 있을 때 비로소 교회의 갱신은 일어났다. 18-19세기의 대 각성 운동이 그러했고, 지난 세기 초 1907년 한국교회 위에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을 때도 그러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인식은 교회의 갱신은 하나님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교회의 갱신이란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나타나는 하나님의 창조적인 사역이다. 교회는 그 자체를 새롭게 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새롭게 하시는 대상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되라’는 명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함축은 결코 용인되지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일이다. 그럼에도 신인협동적(神人協同的)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새롭게 되라’는 말은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너의 자신을 열어 놓아라. 그가 마른 뼈로 하여금 생명에 이르게 하도록 기도하라. 그로부터 위대한 것들을 기대하라. 그리고 그가 명한 것을 행할 준비를 하라’는 의미이다. 이는 실천적인 진리로서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 시작된다. 그 만남 속에서 하나님은 상황을 사용하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갱신의 도구로서 섬길 수 있도록 힘을 주신다.

갱신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회개다. 갱신은 항상 우리의 죄악 된 과거를 청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개하는 일은 기도하는 개인과 회중에게만 가능하다.

예배는 회중의 갱신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회중과 설교자가 모두 성령에 의해 불탈 때, 회중은 예배 중에 성령의 능력으로 압도해 오는 설교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설교를 통해 하나님은 새롭게 하시는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 이런 설교에 의해 생명을 얻게 된 회중은 비로소 그들 가운데 그리스도의 지체들로서의 참된 교제가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그와 같은 교제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는 섬김의 역사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참된 갱신은 이처럼 말씀과 성령의 역사가 회중 가운데 일어나게 될 때 가능해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개혁자들의 ‘오직 성경으로써’(sola scriptura), ‘오직 은총으로써’(sola gratia), ‘오직 믿음으로써’(sola fide), 오직 그리스도만으로‘(solus Christus)란 원리에 입각한 방법들이다.

최홍석 교수 (총신신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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