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리더

요즘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주 요인입니다. 태왕사신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통치한 왕이었던 광개토태왕과 옛 고조선을 의미하는 '쥬신'을 연결하면서, 쥬신의 왕을 지키던 네 수호신인 현무, 청룡, 백호, 주작의 신물(神物)을 찾아가는 과정을 환타지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 이런 환타지적 요소보다도 더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왕 담덕의 리더십입니다. 어쩌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 속에 나타난 태왕 담덕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우리에게는 저런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오늘은 태왕사신기 속에 그려진 태왕 담덕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그리는 리더의 모습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무기를 만들라" -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

쥬신의 별이 뜨던 날 태어난 두 사람, 태왕 담덕과 태대영 연가려의 아들 연호개는 누가 진짜 쥬신의 별을 타고 난 자인지를 가리기 위해 네 개의 신물을 찾아오는 시합을 벌입니다. 이때 당시 정치적으로 이미 상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었던 연호개의 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연호개는 전투에 쓸 무기가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그는 부하를 시켜 당시 국내성 최고의 대장장이로 소문난 바손에게 전쟁에 쓸 무기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하지만 대장장이 바손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는 만들어 줄 수 없다'며 연호개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연호개는 많은 돈을 줄테니 무기를 만들라고 회유하지만 바손은 그런 연호개의 제안을 거듭 뿌리칩니다.
반면, 태왕 담덕은 직접 바손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조금 있으면 전쟁에 나가야 할 것 같소. 내 부하들이 덜 다칠 수 있도록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있겠소?"

태왕 담덕의 말에 바손은 놀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무기를 만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태왕 담덕은 바손의 말에 이렇게 말합니다. 
"난 내 부하들을 이번 전투에서 다치거나 죽게 하고 싶지 않소. 사람들이 바손이라면 그런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하오." 

전쟁에 나가는 왕이 사람을 살리는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대장장이 바손은 태왕 담덕에게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바손은 태왕 담덕의 부탁대로 어떤 화살도 뚫을 수 없는 가볍고 강한 갑옷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연호개는 업무 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았습니다. 반면, 태왕 담덕은 사람 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호개와 같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리더는 결국 사람을 잃고 맙니다. 

"그들도 나의 백성들이다" - 보다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는 포용의 자세

연호개는 4만의 군사를 이끌고 신물이 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백제 정벌을 떠납니다. 그때 태왕 담덕의 곁에 남은 군사는 불과 4천 뿐이었습니다. 태왕 담덕은 이들을 데리고 서백제를 치러 떠납니다. 태왕 담덕이 서백제를 치러 가는 것은, 연호개의 4만 군사가 동백제를 치러 떠났다는 소식이 서백제까지 퍼졌기 때문에 서백제에서 대규모 원정군이 동백제쪽으로 향할 것이고, 따라서 자신이 서백제를 치러 가면 연호개를 치러 가던 서백제의 대규모 지원군이 서백제쪽으로 회군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때 연호개로 하여금 그 후미를 치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호개의 군대가 서백제로 회군하는 서백제의 군대를 쳐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만약 연호개가 서백제를 공격하지 않을 시에는 태왕의 4천 군대는 순식간에 적군에게 포위되어 큰 곤경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왕 담덕의 제장들은 이런 주군의 전략에 반대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연호개가 결코 태왕 담덕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왕 담덕은 이 전략을 밀고 나갑니다. 연호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태왕 담덕의 제장들은 태왕 담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물만 찾으면 됐지 왜 우리가 연호개의 군사를 도와주기 위해 일부러 죽음의 자리에 나아가야 합니까?"

그러자 태왕 담덕은 제장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신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소. 연호개와 함께 떠난 백성들도 다 내 백성들이오. 내가 서백제를 치러 가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큰 곤경을 당하고 말 것이오. 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게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오."

그러자 제장 중 한 명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약에 신물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신다 하더라도 신물을 찾는 것보다 서백제로 먼저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태왕 담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호개와 함께 떠난 백성들 중에 당신과 잘 아는 자가 있는가?"

"있습니다."

"내가 서백제로 떠나지 않는다면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다. 내가 묻겠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 드라마에서는, 당시 고구려의 민심이 연호개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즉, 5부족 귀족 중 최고 귀족인 연가려의 아들이자 수많은 전투에서 승전 경험이 있던 연호개가 쥬신의 왕으로서의 합당한 재목감이라는 것이 당시의 여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연호개를 따랐을 때, 사실 태왕 담덕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따르지 않은 자들에 대해 보복 내지는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태왕 담덕은 그들을 자신의 백성으로 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연호개를 따라 나선 4만의 백성들조차 보호하려 노력했습니다. 

"신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용기

네 개의 신물 중 세 개를 찾은 태왕 담덕에게 고국 국내성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태왕 담덕은 이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국내성으로 돌아갑니다. 국내성을 장악한 세력은 고구려의 모든 귀족들을 볼모로 잡고서 태왕 담덕과 대치합니다. 그리고 태왕 담덕이 소유한 신물과 귀족들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사실 신물을 넘겨준다는 것은 태왕 담덕에게 있어서는 왕권을 내어준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물을 넘기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태왕 담덕은 자신의 신하들이 더 이상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신물들을 모두 던져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주작의 신물, 현무의 신물, 그리고 청룡의 신물이 있다. 다 갖고 싶나?"

"주시겠습니까?"

"먼저 내 사람들을 내놓으라"

사실, 반란군이 볼모로 잡고 있던 귀족들은 연가려의 꾀임에 빠져 태왕 담덕을 음해하고 죽이려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태왕 담덕은 그 신하들이 진위를 모르고 그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반란을 일으킨 자들 외에, 그들에게 볼모로 잡혀 있는 신하들에 대해서는 모두 자비를 베풀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왕권을 입증할 신물들을 내놓으면서까지 볼모로 잡혀있는 신하들의 목숨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물을 모두 내려놓는 태왕 담덕의 모습을 보며 신하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호개가 쥬신의 별을 타고 태어났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약한 태왕 담덕 보다는 강한 연호개를 왕으로 추대하려고 노력했고, 심지어 태왕 담덕을 죽이려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볼모로 잡힌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신물을 내어준 사람은 연호개가 아닌 태왕 담덕이었습니다. 즉, 자신들의 생각과 달리 태왕 담덕이 진짜 쥬신의 별을 타고 태어난 자였고, 무엇보다도 그런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신하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어주는 왕의 모습을 보면서 신하들은 그제서야 누가 진정한 왕인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태왕 담덕이 자신의 왕권을 입증할 신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결국 그의 신하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신물들을 내려 놓았을 때, 그는 신하들을 다시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진정한 쥬신의 별을 타고 태어난 왕이라는 것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것을 주저합니다. 그것을 내려 놓으면 마치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합니다. 그 용기는 리더에게 사람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뿐만 아니라 그가 진정 리더임을 입증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태왕 담덕의 모습이 실제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드라마를 통해 그려진 왕의 모습일지언정,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백성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그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을 줄 아는 용기를 지닌 태왕 담덕은 우리 모두가 그리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여러분은 어떤 지도자를 하나님께 구하고 있습니까?

국제제자훈련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