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없다” 한 마디가 불러온 성전(聖戰)
美 타임지, 롭 벨 목사가 가져온 논란에 주목


▲타임지 최신호가 롭 벨 목사의 저서 ‘사랑이 이긴다(Love Wins)’가 불러 온 논란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 타임지가 부활절 주간호 커버스토리로 롭 벨(Bell) 목사의 저서 ‘사랑이 이긴다(Love Wins)’가 가져 온 논란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벨 목사는 책에서 “사랑의 하나님이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 고통받게 할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지옥은 없다”라고까지 표현해 현지 기독교계 안팎에 끊이지 않는 찬반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타임지는 벨 목사의 주장은 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자유주의의 일반적인 견해를 따른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전통주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얇고 의욕적인 책 한 권이 가져온 성전(holy war)”이 기독교를 새로운 것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일반 언론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신학적 이슈를 이처럼 중점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먼저 타임지는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원에 있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자는 천국에 가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지옥에 간다는 것이 복음주의 기독교의 관점이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벨 목사의 주장은 “이같은 관점을 달리해, ‘이 땅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그의 책의 부제가 암시하듯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이 사실은 보편구원적이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타임지는 지적했다.

이러한 제안은 그러나 전통주의자들로부터는 배격을 받고 있다. 타임지는 그 예로 유명 복음주의 설교가인 존 파이퍼(Piper) 목사가 벨 목사의 주장이 알려진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롭 벨 목사, 잘 가시오(Farewell, Rob Bell)”라고 메시지를 남겨 사실상 복음주의에서의 추방을 선언한 것이나, 남침례신학교 총장 R. 앨버트 몰러(Mohler) Jr.박사가 “벨 목사의 책은 신학적으로 형편 없으며, 우리들 중 누구도 신학적인 중요성을 가진 주제가 이같이 체제 전복적인 방식으로 다뤄질 때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혹평한 일, 노스 캐롤라이나의 한 젊은 목회자가 벨 목사의 책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해고 당한 사건 등을 소개했다.

타임지는 전통주의자들의 이같은 반응은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며, 그 이유로 “벨 목사의 천국과 지옥에 대한 주장은 구원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바꾸는,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기독교를 신적 계시에 기반한 신앙보다는 윤리적 사고 체계로 만드는 것으로 복음주의 세계관의 핵심에 대한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분석하며 타임지는 “보편구원론을 받아들이고 교회와 세상 간의 구별을 없앨 때 우리는 교회도, 그리스도도, 십자가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는 자유주의의 비극이고, 또한 바로 롭 벨 목사의 비극이다”라고 한 몰러 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이와 반대로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벨 목사의 주장은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신학 안에서는 모두가 결국에는 구원 받는다거나 지옥은 없다거나 하는 보편구원론적인 주장이 일찍이 있어 왔고, 따라서 벨 목사의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다만 타임지는 주목할 만한 점은 벨 목사의 주장 자체보다는 이처럼 자유주의적인 신학과 기독교, 즉 “덜 심판적이고, 더 유연하고, 예로부터 진리로 받아들여져 온 것들에 질문하는 데 더 개방적인” 신학과 기독교가 지금과 같이 기독교계 안팎에서 부상하는 현상이 얼마나, 어느 수준으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벨 목사는 “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할 때의 의미에 어떤 거대한 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오랜 세월 굳어져 온 기독교 교리의 근간에 대한 도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벨 목사뿐 아니라 브라이언 맥클러렌(McLaren) 목사 등 오늘날 자유주의를 따르는 신진 지도자들은 “전혀 새로운 기독교(a brand new Christianity)”를 추구하고 있다고 타임지는 분석했다.

따라서 진짜 문제는 “전통주의를 따르는 교회들이 현재 이같은 ‘교리적 유혹(doctrinal seduction)’에 대항하기 위한 충분한 성경적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에 있다고 진단한 타임지는 그렇지 않다면 벨 목사를 비롯한 새로운 기독교의 추구자들이 바라는 ‘거대한 전환’은 정말로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